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각사의 비빔면.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각사의 비빔면. /사진=김창성 기자
이른 무더위로 음료시장 만큼 ‘비빔면’ 시장도 예년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짜장라면의 공세로 주춤했던 여름 비빔면 시장 경쟁은 전통의 강자 팔도가 최근 용량을 늘린 한정판 출시로 톡톡히 재미를 보면서 포문을 열었다. 여기에 농심과 삼양식품도 독특한 소스를 곁들인 각 사의 차별성 있는 신제품을 출시해 맞불을 놓고 있다.
◆이른 무더위로 비빔면 시장 ‘기지개

“때 되면 생각나는 것들 있잖아요. 겨울에 뜨거운 라면 국물 호호 불어 마시다가도 날이 풀리면 자연스레 국물 없는 시원한 비빔면에 눈길이 가요. 이열치열도 좋지만 더울 땐 그냥 시원한게 최고죠.”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직장인 한승운씨(33)는 때가 되면 비빔면을 자연스레 찾게 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한 씨는 골뱅이나 오이, 콩나물 등 여러 가지 다른 재료를 섞어서 먹을 수 있는 점도 비빔면을 찾게 되는 즐거움 중에 하나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취하는 친구 집에 갈 때 항상 비빔면을 잔뜩 사들고 간다”며 “보통 남자들은 비빔면 먹을 때 한 번에 두 개씩 먹으니까 소비량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씨의 말처럼 날이 더워지면서 비빔면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경기도 부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한 여름에는 박스채로 판매되는 경우도 많지만 아직은 그 정도까진 아니어도 찾는 고객들이 늘다보니 비빔면 진열대를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아직 정확한 집계가 되진 않았지만 점차 비빔면 판매량이 증가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무더위도 판매량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농심·삼양의 승부수, ‘예전에 없던 맛’

최근에는 전통의 비빔면 강자 팔도 외에도 농심과 삼양식품에서 차별성 있는 맛을 앞세운 독특한 비빔면을 출시하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농심이 지난달 말 출시한 ‘드레싱 누들’은 유럽풍 드레싱 소스로 깔끔한 맛을 낸 제품이다. 특히 튀기지 않은 건면(면을 익힌 뒤 고온에서 말린 면)에 땅콩과 깨로 고소함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농심 관계자는 “출시 초반이라 정확한 판매량 집계를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개인 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쫄깃한 면발과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먹을 수 있는 비빔면이라는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기존 제품보다 100칼로리 정도 낮은 만큼 다이어트에 신경 쓰는 20~30대 젊은 여성층에게 인기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제주산 무를 15일간 숙성시켜 만든 동치미 원액을 사용해 일반적인 비빔면류의 고추장 양념이 주는 텁텁함을 없앤 ‘갓비빔’을 지난 3월 출시했다. 이 제품은 동치미 원액을 비롯해 국내산 태양초 고추장 등 고품질 식재료를 강조하며 프리미엄 비빔면을 표방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출시 한 달 간 90만~100만개 사이의 판매량을 보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며 “습도가 높아지고 본격적인 여름철로 접어드는 6월이 돼봐야 구체적인 초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팔도, ‘익숙함이 최고 무기

농심과 삼양식품이 기존에 없던 방식의 새로운 비빔면을 출시하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지만 전통의 비빔면 강자 팔도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다. 시장점유율 격차가 단기간에 좁혀질 가능성도 없고 팔도 비빔면 맛에 익숙한 기존 충성 고객층도 탄탄하다는 분석.

실제로 지난 1분기 비빔면 시장점유율만 봐도 팔도의 점유율 수치는 철옹성이다. 최근 시장 조사기관 AC닐슨 코리아의 1분기 비빔면 시장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이 기간 팔도의 시장 점유율은 86.95%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농심의 찰비빔면은 6.16%의 점유율을 보였고 최근 신제품 갓비빔을 출시해 1.32%의 첫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삼양식품의 경우 기존 제품인 열무비빔면의 1분기 점유율은 0.80%를 나타내 팔도와의 점유율 격차 비교는 무의미했다.

팔도 관계자는 “누적 판매 10억개 돌파를 기념해 최근 양을 늘려 1000만개 한정판으로 출시했던 ‘팔도비빔면 1.2’가 출시 50일 만에 완판될 만큼 반응이 좋았다”며 “추가 비빔면 제품군 없이도 시장점유율 사수에 전혀 무리가 없다”고 자신했다.

이어 “추가 한정판 출시 등을 검토 중이고 조만간 결정해서 소비자들을 찾아뵐 예정”이라며 “전통적으로 5~7월의 비빔면 매출이 가장 좋기 때문에 이번 달이 지나봐야 타사 신제품과의 경쟁 구도가 어느 정도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