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진해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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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이 시작돼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게 됐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7개 채권금융기관은 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안건을 전원 동의로 통과시켰다. 이번 안건은 채권단 모두가 동의해야만 통과하는 특별 사안이다.


이로써 한진해운은 지난해 말 기준 5조6000억원 부채 가운데 금융권 차입금인 7000억원의 원금과 이자 상환이 3개월간 미뤄진다. 하지만 한숨을 돌렸을 뿐,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해외선주와 사채권자와의 협상이 남았다. 둘 중 하나라도 틀어지면 자율협약이 끝난다. 채권단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재조정 방안을 마련 예정이다.

◆시작부터 삐걱댄 자율협약

자율협약은 말 그대로 채권단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른 공동관리다. 채권단이 기업의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를 돕기 위해 대출상환을 늦춰주는 등의 활동을 뜻한다. 때문에 워크아웃보다 한 단계 낮은 단계 구조조정 방식으로 꼽힌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25일 채권단과의 사전 조율 없이 자율협약을 신청했다가 다음날 “자료에 구체성이 없다”는 이유로 자료보완요구를 받았다. 여기에 오너 일가의 '도덕적 해이' 비판도 쏟아지며 시작부터 삐걱댔다.


게다가 지난달 29일엔 현대상선 자율협약에 참가했던 신용보증기금이 “보증기관이지 채권자가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며 한진해운 채권단에서 빠졌다. 그럼에도 채권단은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이번 조건부 자율협약을 받아들였다.

◆자율협약 조건은?

이번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은 ‘조건’이 따른다. 해외선주들의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들의 채무재조정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하며, 해운동맹에도 남아야 한다. 법정관리에 빠지지 않게 구해준 만큼 수준 높은 구조조정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해운의 총 차입금은 5조6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9월께 갚아야 하는 금융권 차입금은 7000억원 수준이다. 이같은 경우 통상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대신 법정관리를 받지만, 법정관리 시엔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퇴출될 우려 탓에 조건을 내건 자율협약에 찬성했다.

한진해운은 이달 중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에 나선다. 또 19일엔 사채권자집회를 열어 만기연장 등을 요청한다. 채권단은 내건 조건을 충족해야만 지원해줄 방침이다.

◆이제 첫 걸음일 뿐…

한진해운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용선료협상은 글로벌 해운동맹이 재편되는 상황을 고려해 앞으로 늦어도 3개월 내에 결정지어야 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해운동맹이 재편되는 시점은 내년 4월이지만 물리적인 승인 절차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9월까지 해운동맹 구성이 확정돼야 한다는 것. 때문에 한진해운의 서비스노선 결정과 영업물량을 분담하려면 다음 달에는 큰 윤곽이 나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진해운은 동맹 가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해운동맹 재편을 예견, 새로운 동맹 가입을 추진해왔다는 이유에서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용선료협상은 현재 주요 용선주들과 스케줄을 잡고 있다”면서 “용선료 협상보다 해운동맹 결과가 빨리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