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가 7일 마닐라 시내에서 9일 선거 전 마지막 유세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두테르테가 7일 마닐라 시내에서 9일 선거 전 마지막 유세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민주필리핀당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이 지난 9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다.
1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는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10일 다바오시에 있는 부모의 묘를 찾아가 선거 유세 때와는 다른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두테르테가 "나는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며 "어머니에게 도와달라"고 흐느꼈다는 것.

두테르테는 유세 기간 동안 각종 막말로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린다. 지난달 한 유세장에서 1989년 다바오 교도소 폭동사건 때 수감자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호주 여성 선교사에 대해 "그녀는 아름다웠다. 시장인 내가 먼저 해야 했는데"라고 말하며 자격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두테르테는 지난해 1월 교황의 필리핀 방문 때 도로 통제로 교통 체증이 빚어진 것과 관련, "호텔에서 공항까지 가는데 5시간이나 걸렸다"며 교황을 '개XX'로 욕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필리핀은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다.

두테르테 당선인의 대변인 피터 라비나는 "두테르테 시장이 바티칸을 찾아 교황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바티칸 방문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며 "바티칸에 이어 미국, 중국, 일본 등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비나 대변인은 "두테르테가 막말과 모욕을 한 것은 유권자들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두테르테는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범죄 소탕과 부패 척결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또 헌법 개정 의지를 밝히며, 대대적인 개헌을 예고했다. 라비냐 대변인에 따르면 6년 단임제를 의원내각제로 바꾸고,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으로 중앙정부를 슬림화하는 것이 개헌의 주요 골자다.


한편 필리핀은 지난 9일 정·부통령과 상·하원 의원 등 1만8000여 명의 공직자와 의원을 한꺼번에 선출하는 3대 선거(대선·총선·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