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 본사. /사진제공=Sh수협은행
Sh수협은행 신임 행장에 이동빈 우리피앤에스 대표가 선임됐다. 수협은행은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 오금로 수협은행 본사에서 이 행장의 취임식을 거행했다.
이동빈 행장. /사진=뉴시스 배훈식 기자
이로써 54년 만에 수협중앙회에서 분리된 수협은행이 우여곡절 끝에 공식적인 첫 행장 선임작업을 마무리했다. 세차례에 걸친 행장 후보자 공모 끝에 수협은행의 ‘홀로서기’ 첫 단추가 채워진 셈이다.
이 행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그는 “공적자금 조기상환을 통해 수협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연평균 3000억원의 세전 당기순이익을 시현하겠다”며 “강한 수협, 돈되는 수산이라는 수협의 비전달성을 위해 수협은행이 핵심수익센터로 거듭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세부적인 경영전략도 공개했다. 이 행장은 ▲공적자금 조기상환 및 어업인 자긍심 고취 ▲소매금융 경쟁력 강화 ▲리스크 관리에 기반한 내실경영 추진 ▲수익창출 기반 확대 및 다양화 ▲영업중심경영 ▲주인의식 기반의 강한 기업문화 구축 ▲중앙회와 은행간 가교 역할 수행 등 7가지 중점추진과제를 제시했다.
◆관리영역 뛰어나… 민간출신 긍정적
금융권에선 그의 선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현재 수협은행은 공격적인 영업보다 내부관리에 치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이 행장이 적임자라는 평가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 부행장 시절 관리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인물로 평가받았다. 그가 우리은행 여신지원본부 부행장을 맡은 이후 2년 만에 우리은행의 NPL(부실채권)비율이 2.10%에서 0.99%로 떨어졌고 NPL커버리지비율 역시 98.9%에서 162.7%로 크게 개선됐다.
그의 관리능력은 공적자금 상환에서도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12월 수협중앙회로부터 100% 자회사로 독립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1조1518억원의 공적자금 상환주체가 수협은행에서 수협중앙회로 넘어갔다. 수협은행은 앞으로 배당을 통해 수협중앙회가 공적자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협은행은 예금보험공사와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새롭게 체결할 예정이다. 수협중앙회가 공적자금을 전액 상환할 때까지 MOU에 따라 수협은행은 매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총자산순이익률, 판매관리비용률, 1인당 조정영업이익, 순고정이하여신비율 등 재무비율 목표를 부여받고 이를 충족해야 한다.
이 행장이 환영받는 또다른 이유는 그가 민간은행 출신이어서다. 그동안 행추위는 관료출신과 내부출신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수협중앙회 행추위 위원은 정부관료 출신을 거부했고 정부 출신 행추위 위원은 내부 출신 행장을 반대했다. 따라서 행추위가 추진한 행장 공모작업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 결과 수협은행장은 지난 4월12일 이원태 전 행장이 임기만료로 사임한 이후 6개월 간 공석상태로 남았다. 결과적으로 민간출신이면서 안정적인 경영관리를 중시하는 이 행장이 정부 측과 수협중앙회 입장을 모두 만족시켰다는 후문이다.
‘낙하산’ 인사가 행장으로 선임될 경우 투쟁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수협은행 노조 역시 이 행장 선임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사실상 환영의 뜻을 보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협은행이 독립 후 첫 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인 만큼 능력보다는 출신이 더 중요했을 것”이라며 “여러에서 이 행장이 가장 무난한 인물”이라고 귀띔했다.
◆순익 목표 ‘글쎄’… 중앙회와 불협화음 우려도
수협은행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권에선 오히려 수협은행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 우선 이 행장이 밝힌 3년 내 3000억원의 당기순이익 실현이 가능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수협은행이 기록한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196억원.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941억원(369%) 늘어난 사상 최대실적이다.
하지만 이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금융환경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인터넷은행까지 등장하면서 새로운 수익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아져서다. 나아가 정부가 최근 주택담보대출 규제까지 강화하면서 은행 이자수익은 더욱 쪼그라드는 형국이다.
독립법인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수협은행이 진통 끝에 새 수장을 선임했지만 수협중앙회 지배구조에서 벗어나긴 힘든 구조다. 자칫 수협은행이 수익이 줄어 수협중앙회에 배당금을 제때 내지 않는다면 중앙회와 은행간 내분이 불거질 수도 있다. 수협은행은 2027년까지 총 1조1600억원의 공적자금을 상환해야 한다. 현재까지 상환한 금액은 지난 3월 기준 127억원에 불과하다. 앞으로 수협은행이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고 독립법인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는 이동빈 행장의 손에 달렸다.
1960년생인 이동빈 수협은행장은 강원 평창 출신으로 원주고,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3년 상업은행에 입행, 금융권에 발을 들였다. 우리은행 기업금융단 상무와 우리은행 여신지원본부 부행장, 우리피앤에스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금융권에서는 35년간 영업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형 스타일인 그를 자산건전성과 리스크 관리에 탁월한 금융전문가로 평가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2호(2017년 11월1일~11월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