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용자 30억명시대. 짧은 문장과 사진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SNS가 우리 삶에 스며들었다. 비슷한 관심을 지닌 사람이 모여 정보를 나누는 파급력은 경험을 나누는 공유경제 매커니즘으로 발전했다. 물론 부작용도 심각하다. 거짓 정보가 난무하고 불법 마케팅도 성행한다. <머니S>는 SNS로 인해 달라진 일상을 조명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짚어봤다. 또 전문가에게 올바른 SNS문화를 만드는 방법을 들어봤다.<편집자주>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들. 노모포비아(노 모바일 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가 늘고 있다. SNS로 일상을 공유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있어도 SNS에 게시물을 올리느라 바쁘다. 전형적인 ‘SNS중독’ 증상이다.

중독현상은 마약이나 알코올처럼 물질에 집착하는 증상에서 특정 행동에 빠지는 행위중독으로 번지는 추세다. 사용자가 통제력을 잃고 금단현상 등 부작용을 걱정하면서도 특정행위를 끊지 못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회문제로 지목되는 마약, 음란물중독에서 보일 법한 행동이 SNS에서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나쁜 정보에 더 솔깃한 현상 ‘위험해’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현대인이 SNS에 열광하는 현상에 대해 “인간이 정보를 전달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원시시대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정보를 수집했다면 현대인은 정신적 충족과 사회관계망 구축을 위해 정보를 전달한다는 해석이다.

곽 교수는 “문명이 발전하면서 정보의 범위도 넓어졌지만 여전히 인간의 정보전달 욕구는 크다”며 “‘이 산에 가면 더 많은 과일을 딸 수 있다’에서 ‘올겨울 패션트렌드는 롱패딩이다’로 바뀌었을 뿐 남들보다 하나라도 더 많은 정보를 아는 쾌감을 가지려는 것은 본능”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SNS가 단순한 정보전달을 넘어 부정적인 정보가 집약된 ‘대화의 장’으로 전락한 점이다. SNS의 정보전달속도와 파급력은 그 어떤 매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수많은 SNS 사용자를 불안감에 빠트린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사진제공=곽금주 교수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사진제공=곽금주 교수

“인간은 좋은 정보보다 나쁜 정보 전달에 몰두합니다. 부정적인 정보를 전달해 나와 주변 사람이 안 좋은 상황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일종의 대처학습 효과죠. SNS는 이 같은 현상이 극대화된 것입니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도 정보를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기고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노력하기 보다 전달하는 데 힘쓰는 거죠.”
곽 교수는 사람이 소문을 전달하는 심리를 알아보는 실험에서 ‘나쁜 소문이 좋은 소문보다 4배 더 빠르게 확산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성인 200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어느 연예인이 자살했다’는 부정적인 소문과 ‘그 연예인이 좋은 일을 했다’는 긍정적인 소문을 퍼트린 결과 부정적인 소문은 80% 이상 퍼진 반면 좋은 소문은 10%도 전달되지 않았다.

“나쁜 소문을 들은 실험자는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에게 문자메시지까지 보내는 적극성을 보였어요. 인간은 다른 사람과 공감하려는 본능이 있는데 부정적인 정보전달로 집단성을 가지려는 욕구가 더 큰 거죠. 많은 사람이 대화하는 SNS에서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정보가 훨씬 더 많이 퍼지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솔직하게 말하기, 유년기부터 학습 필요

SNS중독은 현대인의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정보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이나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청소년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안겨줘서다.

SNS에선 자신의 이야기는 물론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쉽게 폭로하고 일시적인 충동으로 세간을 집중시킬 만한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기 일쑤다. 그동안 입밖에 꺼내지 않았던 비밀을 공개하면 SNS에서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일부 SNS는 익명으로 아이디를 만들 수 있어 무분별한 폭로 효과를 더 키운다.

“SNS의 충격적인 정보는 사용자의 심리가 불안할 때 종종 드러납니다. 익명을 이용해 평소 꽁꽁 담아둔 정보를 오픈하는 거죠. 이 같은 행위는 피해를 당했거나 불합리한 일을 지적할 때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전달로 상대방이 불행해지고 많은 사람이 이 정보가 사실이라고 믿게 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요.”

올바른 SNS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먼저 SNS 사용자부터 달라져야 한다. 인간관계는 말 외에도 표정과 행동 등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면서 출발한다. 짧은 텍스트나 사진, 영상을 통한 단편적인 소통 보다 오랜 시간 관계를 맺고 정보를 나누는 오프라인 사회관계로 관심을 돌리자.

자신이 SNS중독인지 돌아보는 작업도 필요하다. SNS 자체가 결코 위험한 매체는 아니지만 담배나 술처럼 중독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발표하는 것은 어려워하지만 리포트에선 완벽하게 자기주장을 펼칩니다. 유년기부터 자유롭게 말하는 경험을 쌓으면 이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도 줄어들겠죠. 지적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유까지 생기면 자유롭게 소통하는 능력이 생겨 올바른 SNS 사용이 가능해질 겁니다.”

곽 교수는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SNS의 사용이 매우 편리해졌지만 개인의 윤리성·위험성을 인지하는 능력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잘못된 SNS 사용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제도를 마련하고 사용자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정화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도 SNS 증독일까

SNS중독자의 특징은 심리가 급격히 변하는 것이다. 아래 6가지 심리변화를 겪고 있으면 SNS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

▶기분변화 : SNS를 할 때 매우 즐겁다. 내 주장을 반박하는 글에는 화가 나지만 공감하는 글을 읽으면 언제 그랬냐 듯이 기분이 좋아진다.  
▶집착 : 밤사이 놓친 정보는 없는지 아침부터 SNS를 꼼꼼히 확인한다. 하루에 수십개의 게시물을 올려야 만족스럽다.
▶내성 : 더 재미있고 자극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낸다. 최신 업데이트를 확인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다.  
▶금단: SNS를 중단하면 외롭다. 현실에서도 혼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갈등 : SNS 이웃과 의견이 충돌하면 학습이나 업무능률이 떨어진다. 현실에서도 타인과의 갈등으로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긴다.
▶재발 : 어쩌다 잠깐 SNS를 중단하기도 하지만 금세 빠져든다. SNS를 탈퇴했다가 재가입한 ID가 많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6호(2017년 11월29일~12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