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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인 17일 낮 12시 서울시 종로구 체부동 토속촌 삼계탕 앞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사진=김유림 기자 |
“30분 기다렸는데 삼계탕을 못 먹는 게 말이 되냐?”
“삶아 놓은 닭이 다 떨어졌다. 보신탕을 드시는 건 어떻겠나.”
초복인 17일 낮 서울 종로구의 한 보양식집. 삼계탕을 먹으러 온 손님과 보신탕을 팔려는 업주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오전부터 삼계탕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낮 12시 30분을 넘어서자 미리 준비해 놓은 닭이 동난 것이다. 반면 보신탕 판매량은 예년같지 않다.
초복인 17일 낮 서울 종로구의 한 보양식집. 삼계탕을 먹으러 온 손님과 보신탕을 팔려는 업주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오전부터 삼계탕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낮 12시 30분을 넘어서자 미리 준비해 놓은 닭이 동난 것이다. 반면 보신탕 판매량은 예년같지 않다.
업주는 “평소보다 닭을 3~4배 많이 준비했는데 벌써 다 팔렸다”며 “서둘러 닭을 추가로 삶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게에서 보신탕도 같이 판매하는데 보신탕을 찾는 손님은 적다”며 “1~2년 전부터 줄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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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인 17일 낮 12시 서울시 종로구 체부동 토속촌 삼계탕 앞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사진=김경은 기자 |
◆1시간 30분 기다려서 먹는 삼계탕
이날 낮 최고기온은 34도. 서울 종로구 광화문과 경복궁 일대에는 무더위 속 '이열치열'에 나선 사람들로 가득했다. 인근 보양식집은 가족, 지인들과 함께 혹은 직장에서 단체로 나온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서울 3대 삼계탕집으로 손꼽히는 종로구 체부동 '토속촌'에는 이른 점심시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곳은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규모의 식당이지만, 복날이면 대기 순번이 200번을 넘고 평균 대기시간이 1시간30분에 육박한다. 이날 역시 남녀노소, 국적불문 많은 인파가 이곳에 몰렸다. 기다리는 손님들이 만든 줄은 가게 외부를 감싼 뒤 주차장까지 이어졌다.
줄을 선 사람들의 시선은 토속촌 입구로 꽂혔다. 가게로 입장하는 손님이나 이미 삼계탕 한 그릇을 비우고 가게를 나온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시선이 쏟아졌다.
낮 12시에 토속촌에서 나온 신희경씨(56)는 “이곳 삼계탕을 먹고 싶어서 경기도 고양에서 왔다”며 “10시30분에 도착했더니 기다리지 않고 먹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대기열에 있던 한아름씨(28)는 “30분째 기다리고 있다”며 “점심시간 안에 먹고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여행을 온 케이비(Khay weew·25)씨는 “오늘이 한국의 절기(Holiday)라고 들었다”며 “왜 다들 기다려서 먹는지 알 것 같다. 맛있고 든든하다”고 밝혔다. 이어 “10시에 왔더니 대기가 없었다”며 “먹고 싶으면 내일 10시에 다시 와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곳 삼계탕은 1만6000원, 광화문과 경복궁 일대 식당의 삼계탕은 죄다 1만원을 훌쩍 넘는다. 직장인 평균 점심값이 6000원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일 년에 세 번뿐인 복날, 더군다나 그 시작을 알리는 초복을 맞아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었다.
◆삼계탕집으로 바뀌는 보신탕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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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인 17일 경복궁 인근의 보신탕집이 한산한 모습. /사진=김유림 기자 |
◆삼계탕집으로 바뀌는 보신탕집
삼계탕집이 초복 특수를 누리는 반면 보신탕집은 울상이다. 최근 개식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면서 복날에도 보신탕을 찾는 손님들이 줄었다.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업종전환을 고민할 정도다.
광화문 인근의 한 보신탕집 업주는 “초복인데 손님이 크게 늘지 않았다”며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개고기를 파는 상인이 줄면서 고기 구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며 “삼계탕을 같이 팔아야 복날 대목 효과를 조금이나마 누릴 수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초복 풍경이 이같이 변한 건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개고기 식용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초복인 이날도 가게 인근 광화문 광장에서는 동물보호단체의 개고기 금지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서울시내 보신탕집은 지난 2005년 528곳에 달했지만 10년 뒤인 2014년 329곳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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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과 경복궁 일대 식당의 삼계탕은 죄다 1만원을 훌쩍 넘는다. /사진=김경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