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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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수원시에 사는 김경훈씨(38)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의 스마트에어컨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김씨가 사용 중인 에어컨은 2012년 생산된 삼성전자의 스마트에어컨(모델명 AF-HH153MSG)으로 집 밖에서 에어컨을 켜고 끌 수 기능을 갖췄다. 김씨는 2016년까지 에어컨의 모든 기능을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아이폰 사용자인 김씨의 휴대전화가 iOS 11버전으로 업데이트되면서 에어컨의 스마트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김씨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고 문의했고 돌아온 대답은 ‘아이폰은 현재 과거기종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대답이었다.
◆애플 소비자·과거 기종 빼고 스마트홈 논하는 삼성

삼성전자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센터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8’에서 인공지능(AI) 스피커 ‘갤럭시홈’을 깜짝 공개하며 스마트홈에 대한 의욕을 내비쳤다. 이 자리에서 정의석 삼성전자 개발부사장은 “갤럭시홈의 최종 목표는 완전 오픈시스템”이라며 “기기, 서비스, 제3의 제조사와 서비스 제공자까지 동반성장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와 비슷한 사례의 소비자를 중심으로 이런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전략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소비자들은 “삼성전자가 기존에 출시한 제품에 대한 지원을 유지해달라”며 “과거에 사용하던 기능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든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말한다.


취재 결과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의 제품 지원 앱 업데이트는 꾸준히 지원하면서 애플 iOS를 기반으로 하는 앱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상태다. 한마디로 수년 전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iOS 11이상의 애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 가전제품에 탑재된 스마트기능을 온전하게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이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측은 “과거 출시된 제품은 스마트싱스 혹은 스마트홈의 지원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삼성스마트에어컨 등 특정 앱으로만 사용이 가능하다”면서 “해당 앱은 지속적인 업데이트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김경훈씨 제공
/사진=김경훈씨 제공

◆해외서만 지원되는 삼성 스마트에어컨 앱

하지만 현재 앱스토어에는 삼성 스마트에어컨 앱이 사라져 다운로드 받을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는 “이 앱은 현재 iOS 64bit(비트)를 지원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다”며 “검증이 원전히 되지 않아 업데이트가 지연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애플은 지난해 9월 iOS 11 버전으로 업데이트 하면서 32bit 앱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애플은 2013년 9월 아이폰5S에 64bit A7 프로세서를 탑재했고 개발자들에게 64bit앱으로 전환할 것을 요청했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측의 주장대로라면 약 5년 동안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며 그 피해는 소비자가 짊어지게 된 셈이다.


그러나 해외 앱스토어에는 문제가 된 삼성 스마트에어컨 앱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해외버전 스마트에어컨의 최신 업데이트는 지난 5월에 이뤄졌다. iOS가 64bit 체계로 전환되면서 앱지원을 끊었다는 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이다.

이에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실 관계자는 “이번 앱 업데이트 관련 이슈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음성인식기능이다”며 “해외 버전은 음성인식 기능이 포함되지 않아 64bit를 지원할 수 있는데 국내 버전은 음성인식 기능이 오류를 일으켜 업데이트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버전은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한 소비자는 “대체할 수 있는 앱이 곧 나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너무 오랜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며 “차라리 음성인식기능을 제거한 베타버전을 제공 하는 것이 바람직한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