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는 청년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이라는 정책 드라이브를 걸며 청년층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이 생겨나면서 곳곳에서는 마찰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머니S는 공공임대주택에 따른 명(明)과 암(暗)을 살펴봤다.<편집자주>
[공공임대주택 명과 암] ② 공공임대주택 들어서는 인천 검암동 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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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검암역 인근 공터. /사진=류은혁 기자 |
"서울 주거안전 확보는 왜 항상 수도권이 책임지나요?"
인천 서구 검암동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인천 검암동 공공임대주택 건립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9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인천 검암역세권이 포함됐다. 이로 인해 2024년까지 인천 서구 검암동에 공공임대주택 7800호가 들어선다. 부지규모는 79만6200㎡에 달하며 50% 넘는 물량을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에 주민 A씨는 "청년들의 거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임대 주택이 들어서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항상 힘없는 동네에만 (임대주택이) 몰린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나도 서울에 집 살 여력이 없어서 겨우 대출로 인천에 집을 장만했다. 이럴 거면 무리해서라도 서울에서 집을 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이를 기피하는 지역주민들의 이른바 님비(NIMBY)현상에 부딪혀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서울시가 수서역 인근에 추진했던 44가구의 행복주택 건립의 경우 인근 주민들과 강남구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다른 지역에서 추진하기로 결정이 번복된 적이 있다.
이처럼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주택이 들어설 경우 주변 집값이 하락하고 지역이 '슬럼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청년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의 경우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공급한다.
◆임대주택, 주변 집값 떨어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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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암역세권 위치도. /사진=뉴스1 |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주변 집값이 하락할까'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검암역 인근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검암동 공실률이 높은 편인데 공공임대주택 7300가구가 들어오면 임대료 나눠먹기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현재 집을 내놔도 공급량이 넘쳐 최대 2년까지 집이 안팔리는 경우도 있다.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M공인중개사의 대표는 "보통 임대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유명 브랜드의 아파트가 들어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런 영향으로 결국 소비력이 있는 가구가 유입되지 않으면서 학군·상권 등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서울 강남 등 주요 도시 주민들이 왜 행복주택 건립을 반대하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은 결국 집값 하락의 요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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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검암역 모습. /사진=뉴시스 |
반면 고진수 광운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와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5월 학술지 '주택연구'에 논문 '행복주택이 인근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하고 공공임대주택 건설이 주변 집값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뒤집는 결과를 내놨다.
서울 행복주택 4개 단지(삼전·내곡·천왕·강일)를 조사한 해당 논문에 따르면 행복주택이 입지한 경우 주변 아파트 가격이 외부지역 아파트 가격보다 상승했다. 특히 행복주택과 250m 거리 이내의 아파트는 사업승인 이후 6.5%, 500m 이내의 아파트는 4.3% 가격상승률을 기록했다.
연구자들은 보고서를 통해 "인근 가격 상승은 행복주택 입주에 따른 기반시설 공급 기대감에 의한 일시적인 효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면서도 "적어도 행복주택 입지가 주변 주택가격을 하락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실제로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주변상권은?… "활성화될 것" vs "별 영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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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암역세권 위치도. /사진=류은혁 기자 |
검암동 일대 중개업소와 상권 관계자들은 공공임대주택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H공인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는 신혼부부나 대학생들은 주요 소비층"이라며 "전철역 앞이지만 외부사람이 별로 없어 상권이 발달하기 어려운 검암동에 젊은 소비층이 들어오면 상업지구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검암동에서 고기집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주변에 공공임대주택이 생겨나면 손님이 한명이라도 늘어나지 않겠느냐"면서 "(공공임대주택으로 인해)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상권이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검암동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인 C씨는 "상인들 입장에서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선다고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면서 "손님들이 편의점이나 마트를 제외하고는 검암동 상업지구까지 와서 소비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주변에 인접한 인천 청라국제도시면 모를까"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9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17곳의 새 택지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새롭게 지정된 택지지구 주변 거주민들이 잇따라 반대성명을 발표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