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역지하도상가의 제로페이존. /사진=박흥순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서울 영등포역지하도상가의 제로페이존. /사진=박흥순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페이의 전성시대다.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간편결제 방식부터 이름도 생소한 간편결제 방식이 범람한다.
가장 뜨거운 ‘페이’는 지난 20일 서울시가 야심차게 출시한 ‘제로페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제로페이는 수수료 0%를 목표로 탄생한 간편결제 방식이다. 제로페이 수수료율은 연매출 8억원 이하 가맹점은 면제, 8억~12억원은 0.3%, 12억원 초과는 0.5%다.

제로페이는 ‘착한 결제’를 표방하고 소비자들의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광고 내용도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착함’이 소비자의 제로페이 사용을 유도할 수 있을까. 직접 제로페이를 사용해보고 기존 페이와 다른 제로페이만의 장점과 해결과제를 살펴봤다.


◆“제로페이 느리고 불편하고 사용법 몰라서 안쓴다”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역 지하상가 제로페이존을 찾아 직접 제로페이를 사용해봤다. 서울시에 따르면 영등포역지하도상가에 마련된 제로페이 존은 60여개 입점업체 가운데 53개가 시범서비스에 나섰다.

제로페이는 별도의 전용앱이 없다. 대신 쏠, 리브, 등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앱이나 페이코 등 일부 간편결제 앱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다. 사용 방식은 간단하다. 매장에 비치된 QR코드를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끝이다. 설명만으로는 정말 간편한 결제방식이다.

다만 제로페이를 사용하기까지 준비과정은 다소 복잡하다. 먼저 은행 계좌를 스마트폰앱과 연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주거래 은행이 제로페이를 지원하는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 기자는 페이코 앱을 신한은행 계좌와 연결해 제로페이를 사용했는데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계좌를 연동하는 이 과정이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다.


지하상가 한켠에서 부랴부랴 제로페이 사용설정을 완료하고 가장 먼저 방문한 매장은 양말전문 판매점이었다.

기자는 양말 10켤레 한 묶음을 집어들고 “제로페이로 결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장주인 A씨는 “우리 매장은 제로페이 가입 안했다”며 현금결제를 요구했다. 첫번째 제로페이 사용결제 시도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집어들었던 양말 묶음을 뒤로한 채 바로 옆의 세계과자 판매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영등포역지하도상가 커피전문매장에 설치된 제로페이 QR키트. /사진=박흥순 기자
영등포역지하도상가 커피전문매장에 설치된 제로페이 QR키트. /사진=박흥순 기자

두번째로 방문한 매장은 입구에 ‘제로페이 가맹점’을 상장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당연히’ 제로페이로 결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과자를 바구니에 담았다. 2만원어치 과자를 계산대에 올려놓고 스마트폰을 내밀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제로페이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제로페이 가맹점 아니냐 왜 사용이 안되냐”고 질문하자 상인 B씨는 아직 “제로페이 키트가 안왔다”고 답했다. 두번째 제로페이 결제 시도도 실패로 돌아갔다.
두번의 실패 이후 주변 매장을 둘러봤다. 대부분의 매장에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가 붙어있었지만 실제 제로페이 키트를 갖춘 곳은 거의 없었다.

어렵사리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커피전문매장을 찾아 제로페이 결제를 시도했다. 음료를 주문하고 제로페이 키트를 카메라로 촬영했다. 즉시 결제가 완료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여섯자리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은 물론 물품 금액마저 직접 사용자가 입력해야 했다. 매장 주인 C씨가 결제완료 메시지를 받기까지 약 10초가 걸렸다. 간편결제라는 이름과 달리 물품 가격을 직접 입력해야하는 번거로움과 느린 결제속도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C씨는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취지가 좋다. 제로페이가 널리 활용됐으면 좋겠다”면서도 “아직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제로페이를 사용한 사람은 한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는 총 10곳의 매장을 방문, 제로페이 결제를 시도했지만 실제 제로페이로 결제한 매장은 단 한곳에 불과했다. 시범서비스라고 하지만 처참한 수준이었다.

영등포지하상가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상인 D씨는 “제대로된 홍보도 없고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이도 없어 제로페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인근 상인들끼리도 제로페이에 대해 전혀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로페이와 달리 카카오페이는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용방법도 간편하다. /사진=박흥순 기자
제로페이와 달리 카카오페이는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용방법도 간편하다. /사진=박흥순 기자

◆동지에서 적으로… 카카오페이

제로페이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카카오페이다.
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는 QR코드를 사용하고 소상공인에게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같다. 현재 시범서비스 중인 카카오페이는 가맹점이 18만여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수수료부담이 없는 1인 소상공인 가맹점이 13만개에 이른다.

카카오페이는 별도의 앱을 깔 필요없이 카카오톡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하다. 가맹점 입장에서도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제로페이보다 편리하다. 거래 안정성도 카카오페이가 제로페이를 압도한다. 간편결제 개발업체에서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제로페이가 계좌대계좌의 형태를 보이는 것과 달리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계정대계정의 형태로 이뤄져 속도와 안정성 모든 측면에서 제로페이를 압도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는 당초 제로페이 참여사 가운데 하나였지만 시범사업 불참을 결정했다. 카카오톡 회원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과 제로페이의 사업구조가 상충한다고 판단해서다.

카카오 측은 “상황에 따라 추후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실 가능성은 낮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만으로도 충분히 가맹점을 확보할 수 있고 현재 사업도 순항 중인데 카카오가 굳이 제로페이에 참여할 이유는 없어보인다”며 “오히려 카카오페이가 제로페이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