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업직으로 일하는 직장인 A씨(37)는 몇년 전부터 시작됐던 허리통증이 최근 유달리 심해졌다. 허리통증은 직장동료도 고질적으로 갖고 있는 증상이라 지금껏 무시하고 지나쳤지만 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뻐근하고 엉덩이에도 좌우 대칭으로 통증이 있어 문득 디스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동네 병원을 찾았다.
A씨는 병원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강직성척추염일지도 모르니 류마티스 내과로 가보란다. 헬스, 수영 등을 10년 넘게 해오며 건강관리를 해오던 그에게 이름마저 생소한 강직성척추염. A씨처럼 20~40대 남성들에게 많이 발생한다는 강직성척추염은 도대체 어떤 질환일까?
강직성척추염, 요즘 강척이라고 줄여 말하는 이 질환은 만성염증성 관절질환으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허리뼈가 굳어지면서 강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외래에서 척추 강직이 될 정도로 진행된 경우는 거의 보기 힘들다. 보통 강직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10~20년 정도는 소요되므로 대부분은 그 전에 병원을 찾고 최근에는 치료제도 많이 개발돼 진단만 제대로 하면 치료는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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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둔부통 잦고 새벽에 심해지는 특징
문제는 진단인데 초기에는 증상이 애매모호해 간과하고 넘어가기 쉽다.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둔부통이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가며 나타나고 새벽에 심했다가 일어나 활동하면 오후쯤 저절로 좋아진다. 그래서 그냥 피곤해서 그렇다고 넘어가기 쉽다.
이후에는 서서히 통증으로 위쪽으로 옮겨가면서 요통이 생기는데 역시 새벽에 심하고 활동하면 호전된다. 이것이 허리디스크와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다. 디스크는 활동할 때 아프고 누워서 쉬면 호전되는 특징이 있고 소염진통제에 반응이 별로 없지만 강직성척추염에서는 이 약제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다.
◆10~30대 발병률이 가장 높아
류마티스관절염과 달리 강직성척추염은 10~3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남성이 2배 많다.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강직성척추염 환자 가운데 58% 이상이 20~40대 환자였으며, 남성 환자의 비율이 여성의 2배 이상이다.
류마티스관절염에서는 혈액에서 류마티스인자, 항CCP항체등 진단적 마커가 90%가량 나타나지만 이 질환은 특별한 마커가 없다. 그래서 혈청음성 척추관절증이란 표현도 쓰인다. 다만 유전적 소인이 매우 강해 혈액에서 DNA검사를 하면 HLA-B27양성이 전체환자의 90%(일반인에서는 약 5%)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웃 나라인 일본은 이 유전자가 인구의 1%도 안돼 강직성척추염이 매우 드물다고 한다. 요통 외에도 무릎, 발목이 이유 없이 붓는 활막염이 자주 재발하는 경우도 있는데 특히 10~20대 젊은 환자는 요통에 앞서 원인미상의 관절염으로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
아킬레스 건염 같은 건초염, 인대염증이 자주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고 갈비뼈가 흉골에 달라붙는 자리에 인대염이 오면 흉통이 오기도 한다. 확진은 엑스선, CT촬영을 해서 둔부의 천장골염(sacroilitis)소견을 확인하면 된다. 엑스선, CT로 이상이 안나타나는 초기에는 MRI촬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금연 필수, 항염제와 운동 시행
치료는 금연이 필수이고 비스테로이드항염제 복용과 운동(스트레칭, 수영 등)요법을 우선 시행해본다. 말초관절염증에는 관절내 스테로이드 주사가 효과적일 때도 있다. 호전이 없을 경우 항TNF제 주사가 매우 효과적이고, 거의 대부분 이 단계에서 치료가 잘된다. 이 주사제는 가격이 고가이지만(월100만원), 국내에서는 의료보험이 적용돼 본인부담 10%(희귀난치질환 특례대상)로 월10만원 이내로 맞을 수 있다.
과거에는 희귀난치성 질환이었지만 최근에는 영상진단기법의 개발로 환자가 조기에 많이 발견되고 치료도 잘돼 희귀난치란 말이 무색하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해야 한다. ▲40세이전에 만성요통 및 둔부통이 3개월이상 지속되고 ▲새벽녘 및 밤중에 심하고, 활동하면서 호전되는 양상이 있고 ▲가족력이 있고 ▲아킬레스건염, 흉통이 있고 ▲발목, 무릎이 자주 붓는 관절염이 지속된다면 류마티스내과(rheumatology)전문의 진찰을 권하고 싶다.
일반적으로는 평생 치료를 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질병 초기에 약물 선택을 잘해서 완화를 유도하면 수년 내 완치되는 경우도 많다. 다시 재발될 때는 스트레스, 감염 (세균성 장염, 요도염) 등이 원인이 되므로 평소 운동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위생에 신경을 쓴다면 재발 없이 잘 치료된다.
강직성 척추염 자가진단
1. 허리 혹은 엉덩이나 등의 통증이 40세 이전에 시작됐습니까? Y/N
2. 허리나 등의 통증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심해졌습니까? Y/N
3. 휴식을 취해도 허리나 등의 통증이 개선되지 않고, 운동을 하면 오히려 통증이 개선됩니까? Y/N
4. 한밤중에 허리나 등이 아파서 잠에서 깹니까? Y/N
5. 허리나 등의 통증과 함께 사지 말초 관절 부위의 통증이 있습니까? Y/N
6. 안구의 통증 및 출혈이 발생하는 포도막염을 경험한 적이 있거나 발뒤꿈지에 위치한 아킬레스 인대 부위에 통증이 있습니까? Y/N
* Yes라는 답변이 4개 이상일 경우 강직성 척추염의 증상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출처 : 대한류마티스학회
☞ 본 기사는 <머니S> 제582호(2019년 3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