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콘텐츠인 ‘웹툰’은 디지털시대의 주역으로 꼽힌다. 출판만화의 온라인화를 통한 일부 마니아층의 콘텐츠로 여겨졌던 웹툰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 전환의 흐름을 따라 문화소비의 주류로 격상하고 있다. <머니S>는 웹툰시장의 성장세를 살피는 동시에 소비자의 궁금증을 자세히 짚어봤다. 또한 현직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웹툰의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쑥쑥 크는 만화 ‘웹툰경제학’-③] 아직도 판치는 불법유통·베끼기
K팝·드라마와 함께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 떠오른 웹툰이 ‘불법 공유사이트’로 얼룩지고 있다. 웹툰업체들은 불법 공유사이트 운영자로 인해 발생하는 수천억원대의 손해와 트래픽 감소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웹툰사업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법 복제시장 규모가 정상적인 시장 규모를 훨씬 웃돈다. 국내 웹툰산업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3799억원으로 추산되지만 같은 기간 불법 웹툰 유통 피해액은 9939억원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5월 전체 불법 사이트 트래픽의 80~90%를 차지했던 밤토끼, 토렌트킴, 마루마루 등의 운영자가 검거되면서 불법 사이트를 찾는 이들도 줄어드는 듯 했으나 최근 유사 사이트를 통한 불법 복제물 유통이 다시 확산되는 조짐이다.
실제로 해외 포털사이트에서 단 두번의 검색만으로 손쉽게 불법 웹툰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었다. 일부 이용자는 자신의 블로그 등을 통해 불법 웹툰사이트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리뷰로 남기는 등 불법임을 알면서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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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한국만화가협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웹툰을 무단으로 도용해 공유하는 불법 인터넷 사이트들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DB |
◆‘밤토끼’는 잡혔지만… 여전히 불법 유통
지난달 25일 기자가 직접 찾아들어간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 10곳은 성매매부터 온라인도박 등의 배너광고로 도배된 ‘불법의 집합체’였다. 이들 사이트 운영진은 보안채팅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을 통해 광고주를 모집하고 암호화폐로 거래하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에 검색만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지만 운영자 검거나 사이트 차단은 쉽지 않다고 한다는 게 웹툰업계의 푸념이다. 대부분의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운영진을 검거하기 어려운데다 사이트를 차단해도 유사한 도메인으로 옮기며 운영을 이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단속도 힘들다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5월 국내 최대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였던 ‘밤토끼’ 운영자 허모씨가 검거됐다. 이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는 2016년 10월 개설돼 지난해 5월까지 국내 웹툰 8만3347건을 무단으로 게시했다. 사이트 폐쇄 전까지 한달 평균 3500만명이 접속했는데 이는 국내 웹사이트 중 13위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허씨는 밤토끼를 통해 수많은 국내 웹툰을 불법으로 올리고 도박사이트 등에서 광고를 유치해 9억5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돼 1·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허씨에게 추징금 5억7000만원과 암호화폐 리플 31만개(당시 환산 금액 2억3000만원)의 몰수도 명령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네이버웹툰과 레진코믹스, 투믹스 등이 허씨를 상대로 각각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모두 승소하기도 했다. 당시 웹툰업계는 불법 웹툰의 소멸을 기대했다.
하지만 밤토끼 폐쇄 이후에도 여전히 유사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가 판을 치고 있다. 해외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만으로도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또 다른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는 트래픽을 끌어올린 후 온라인 불법도박·성매매 등 다른 불법사이트의 배너광고를 붙여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따라서 웹툰의 주요 고객층인 청소년들이 불법도박·성매매 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이세인 웹툰인사이트 대표는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의 배너광고는 도박과 성인물로 도배돼 있다”며 “특히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들이 청소년 불법 도박 유입경로로 이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최근엔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 방문 시 바이러스를 심어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이른바 ‘랜섬웨어’의 감염경로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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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은 ‘밤토끼’ 운영자를 구속하자 유명 웹툰 작가들이 잇따라 감사웹툰을 제작해 공개했다. '프리드로우' 전선욱 작가(왼쪽), '반투명인간' 마인드C 김명현 작가의 감사웹툰. /사진=뉴시스 DB |
◆불법 유통에 침몰하는 ‘웹툰산업’, 대책은
웹툰업계는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 운영진을 검거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경우가 많아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웹툰 불법 유통은 관련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지만 처벌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웹툰업계는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 운영진을 검거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경우가 많아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웹툰 불법 유통은 관련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지만 처벌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난 3월 수원지방법원은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 ‘야한키티’ 운영자에게 징역 8개월·벌금 2000만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이 운영자는 다른 불법 웹툰 복제사이트에 올라온 웹툰을 자동 수집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웹툰을 불법 수집한 뒤 자신이 개설한 사이트에 무단으로 올려 이익을 챙겼다.
현행법상 저작권법 위반 사범에 대해선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원 이하 벌금 등의 처벌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의 구속기소가 많지 않고 양형 역시 낮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불법 웹툰 복제가 만연할 경우 웹툰산업이 고사하거나 대폭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웹툰작가의 생계가 위협받고 웹툰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이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 당국이 웹툰 불법 복제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박석환 한국영상대학 교수는 “한국 만화계는 매시기마다 불법유통으로 성장 기회를 잃고 좌초했다. 1980년대에는 극화 붐이 표절판에 의해 침몰했고 1990년대 코믹 붐은 해적판과 스캔본에 의해 침몰했다”면서 “웹툰 역시 캡처본과 불법 유통 사이트로 인해 침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에 맞서 포렌식 워터마킹 기술, 검색엔진 모니터링 등의 기술적 보호조치와 법적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현행 법률과 민간기업의 보호 노력만으로 역부족”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추적관리와 접속 차단, 적발시 법적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일원화된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2호(2019년 10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2호(2019년 10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