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로 사망한 택배기사 고 김원종씨의 아버지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CJ대한통운 본사 방문 기자회견에서 건물에 붙은 노사문화 우수기업 명판 앞에 주저 앉아 가슴을 두드리고 있다. 2020.10.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과로로 사망한 택배기사 고 김원종씨의 아버지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CJ대한통운 본사 방문 기자회견에서 건물에 붙은 노사문화 우수기업 명판 앞에 주저 앉아 가슴을 두드리고 있다. 2020.10.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나올 때마다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 아들이 마지막, 마지막, 마지막이 되게 해달라"
배송업무 중 과로사한 택배기사 고(故) 김종원씨의 부친 김모씨(80)는 자신의 아들이 근무 중에 과로로 숨진 마지막 택배노동자가 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30여분 동안 끊임없이 흐느꼈던 김씨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4일 오후 2시쯤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앞에서 고 김종원씨의 죽음에 대해 회사가 사과하고 후속조치 방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부친 김씨가 회사의 요구한 것은 자신의 아들이 과로로 죽는 마지막 택배노동자가 되게 해달라는 것과 노동자들에게 '밥을 먹을 시간'이라도 달라는 것 두가지 였다.

부친 김씨는 평소 아들이 식사를 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일했으며 "아무리 먹기살기 힘들어도 이렇게 힘든 것일지는 몰랐다. 사람이 할 노릇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김씨에 따르면 아들 종원씨는 사망 전날에도 밤 9시30분을 넘겨 퇴근했으며 사망 당일 출근을 하면서 "오늘은 어제보다 늦을 테니 기다리지 마라"는 말을 남겼다. 그 말이 아들의 마지막 말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김씨는 "얼굴이라도 한번 보게 1시간만 아프다 가지 그랬냐"라며 울먹였다.

종원씨는 지난 8일 오후 7시30분쯤 서울 강북구에서 배송업무를 하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졌다. 대책위는 김씨가 매일 오전 6시30분에 출근해 밤 9시~10시쯤 퇴근했으며 하루 평균 400여건의 택배 물량을 배송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CJ대한통운에서 10년간 일했지만 회사측은 정작 장례식에는 조문조차 오지 않았으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대책위는 정부와 택배업계의 합의로 CJ대한통운이 택배물류 분류작업에 추가 인력을 배치하기로 했지만 김씨가 일하던 터미널에는 1명의 추가인력도 투입되지 않았다며 회사가 국민들을 속인 것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석운 대책위 공동대표는 "회사가 고인이 일하던 영업소의 기사들을 모아 놓고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쓰게 했다"라며 "불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은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이를 작성했으며 일부 노동자들은 '산재보험 가입신청서'인 줄 알고 이를 썼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유가족들과 대책위 대표들은 정태영 CJ대한통운 부사장 등 회사 관계자들을 만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유족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요구했다.

면담 자리에서 회사 측은 '곧 유족들을 찾아 보상에 대해 논의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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