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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4시37분쯤 군포 산본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베란다에는 소방당국의 사다리차가 아닌 화물용 사다리차가 연기를 뚫고 12층과 15층으로 연결돼 3명의 생명을 구출했다. /사진=뉴스1 |
지난 1일 오후 4시37분쯤 군포 산본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베란다에는 소방당국의 사다리차가 아닌 화물용 사다리차가 연기를 뚫고 12층과 15층으로 연결돼 3명의 생명을 구출했다.
화재현장에서 3명의 시민을 구출한 ‘시민 영웅’은 청년 사다리차 기사 한성훈씨(29)로 밝혀졌다. 그는 창틀을 올려주기 위해 해당 아파트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씨는 "창틀 올려주기 위해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펑’하는 소리가 났다. 처음에 커다란 물건이 떨어진 줄 알았다"며 "금방 뒤이어 두 번째 폭발음이 들려왔고 차 안에서 올려다보니 베란다 창으로 마치 화염방사기를 쏘듯이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한씨는 먼저 119와 112에 화재를 알리는 신고를 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던 중 화재가 발생한 옆집에서 중년 여성이 살려달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을 목격했다. 한씨는 불길과 연기에 사다리차가 손상될 수 있음에도 곧바로 사다리차를 올렸다.
처음에는 사다리차를 베란다가 아닌 옆방 창문으로 올렸다. 하지만 구조를 요청한 여성은 불길이 거세져 옆 방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나중에는 베란다 난간에 매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성이 추락 직전의 급박한 상황이 되자 한씨는 사다리 붐대의 손상을 감수하고 사다리를 옆으로 틀어 여성을 무사히 구조했다.
화재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한씨는 아파트에서 다소 떨어져 있던 사다리차를 아파트 가까이 옮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까지 했다. 자리를 옮기자 때마침 15층에서 누군가 손을 흔드는 듯한 실루엣이 한씨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실루엣은 연기에 가려 이내 사려졌고 뒤이어 소방에서는 모두 구조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한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15층까지 사다리를 올렸다. 정상적으로는 14층까지만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차였지만 비상제한을 풀어서 올린 것으로 보인다. 사다리차가 올라가자 창문을 통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매가 사다리에 올라탔고 이로 인해 그들은 화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씨와 함께 3명의 생명을 구조하다 손상된 사다리차를 제조사 대표가 모든 수리비용을 부담하기로 하면서 선행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한씨의 활약으로 3명의 생명을 구출했지만 안타깝게도 창틀 교체를 위한 작업자 2명과 주민 2명이 숨졌다. 또 다른 주민 7명도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단지에는 헌화장소가 마련돼 고인들을 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