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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사진=장동규 기자 |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올해 신축년을 카카오페이가 ‘금융 플랫폼을 완성하는 해’라고 강조했다. 류 대표가 강조하는 금융 플랫폼은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금융을 개인화·맞춤화된 최적의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2014년 카카오페이는 국내 첫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한 후 투자·보험·대출비교 등 금융서비스를 선뵀다. 이밖에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전자문서 인증서비스와 자산관리서비스를 출시해 고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카카오페이 누적 가입자 수는 3500만명을 넘어섰고 누적거래액은 47조원을 기록했다.
류 대표는 “국내에서 만 15세 이상 5명 중 4명은 카카오페이를 쓴다”며 “지불결제와 투자·보험·대출 등 자산관리 서비스를 출시해 금융 플랫폼을 완성했고 앞으로 사용자를 위한 다양한 금융혁신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스톡’ 개발자, 올해 주식 서비스 출시
류 대표는 컴퓨터공학 학사·정보통신학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개발자 출신이다. 카카오톡 음성채팅 ‘보이스톡’ 개발에 참여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2015년 다음카카오(카카오) 핀테크 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7년부터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개발자에서 핀테크 회사 대표가 된 류 대표의 ‘최애’(가장 아끼는) 금융서비스는 투자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자회사 카카오페이증권을 설립했고 올해 안에 MTS(모바일 트레이딩시스템)를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영목표로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투자문화를 만든다’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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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대표가 생각하는 슬기로운 금융투자는 꾸준히 적립하는 투자방식이다. 매달 조금씩 투자해 종잣돈을 마련하고 경기 사이클에 맞춰 다른 자산에 배분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투자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는 종잣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카카오페이는 동전 모으기 등 일상 속에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도 만들었다.
별도로 지난해 11월 카카오페이증권의 ‘미니금고’ 서비스를 출시해 단기 여유자금을 끌어모으고 계좌 늘리기도 병행했다. 미니금고는 당장 사용하지 않을 비상금이나 여윳돈을 별도 계좌로 분리해서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다. 미니금고에 보관된 돈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쉽게 입·출금 가능하며 하루만 보관해도 연 0.6%의 예탁금 이용료를 일주일 단위로 받을 수 있다.
결제·송금·투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수시로 지출하게 되는 비용과 달리 목적은 없으나 곧 사용해야 하는 예비자금을 별도로 보관할 수 있어 효율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하다. 미니금고는 출시 2개월 만에 예수금 1100억원을 돌파했고 사용자 수는 30만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서비스를 기반으로 카카오페이증권의 계좌 이용자 수는 300만명을 넘어섰다.
그는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결제 서비스에 남은 잔돈으로 펀드에 자동 투자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더니 한 달에 투자 800만건이 일어났다”며 “펀드 투자 경험을 쌓은 사용자가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도록 MTS 구축에 만전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가치 10조원 IPO, 보험 진출 박차
‘IPO 대어’로 꼽히는 카카오페이는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지 않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를 7조~10조원으로 추산한다. 상장 주관사로 삼성증권과 골드만삭스, JP모건을 선정했다.카카오페이는 IPO에 성공하면 조달 자금을 보험 등 신사업 확장에 사용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는 증권사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에 나섰다. 올 하반기 출범을 목표로 예비인가 승인·법인 설립·본허가 승인 등 절차를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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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사진=장동규 기자 |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의 디지털손보사 신규 인가가 결정되면 국내 최초로 핀테크가 주도하는 손보사가 탄생한다”며 “카카오페이 증권이 일상 속에서 소액 투자 문화를 만들고 있듯이 카카오페이 디지털손보사(가칭)는 적은 금액으로 필요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가 증권과 보험 등 금융업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는 금융과 IT를 접목한 국내·외 핀테크 산업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
핀테크 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글로벌 핀테크의 시장규모(모바일 전자결제 기준)는 약 290조원에서 2018년 약 1000조원으로 4배 이상 커졌다. 2013년 연간 23조원이던 신규 투자 규모도 2018년 134조원으로 5년간 연평균 42.7%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오픈뱅킹(공동결제시스템) ▲마이데이터(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볼 수 있게 하는 금융 분야 산업)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을 담은 혁신금융을 제시했고 핀테크 기업은 새로운 관련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류 대표는 “한국 금융시장은 해외와 비교하면 시작은 늦지만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금융 이력이 부족해 금융거래가 제한되거나 금리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문턱을 낮춘 금융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페이 대출 중개액은 대출 중개 업체 중 1위로 제휴 금융사만도 33곳에 이른다. 그동안 쌓아온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등급 4~6등급에 해당하는 이들 중 우량 고객을 선별해 중금리 신용대출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류 대표는 “주부·대학생·사회 초년생 등 금융 거래 기록이 부족한 사용자를 위해 생활 금융 데이터 기반의 대안신용평가모델을 준비 중”이라며 “이르면 연내 카카오페이의 새로운 신용 평가를 기준으로 여러 금융사와 제휴해 중금리 대출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매출이 1년 새 두배 정도 늘어난 반면 단기순손실은 줄어 수익성이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매출이 141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695억원) 대비 102.9% 증가했고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이 625억원으로 934억원보다 33.1% 감소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월간 흑자 달성에도 성공했다. 증권업계에선 올 하반기 카카오페이가 손익분기점(BEP) 달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류 대표는 “지난해 카카오페이는 투자·보험·대출 비교 서비스를 출시해 재무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며 “아직 실적 발표 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기 어렵지만 올해 실적은 자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