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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시보 떡 상품과 후기 사진들(인스타그램 갈무리).© 뉴스1 |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공무원들이 시보 기간을 끝내면 떡을 돌리는 '시보 떡' 문화를 없애기 위해 서울시 자치구들이 하나둘 대책을 내놓고 있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신규 공무원들이 정식으로 임용되면 동료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떡을 돌리는 관행이 있었다. 최근엔 떡 외에도 피자, 마카롱을 돌리거나 식사를 대접하는 경우도 있어 신규 공무원들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준다는 논란이 일었다.
◇시보 떡 대신 구청에서 다과·꽃 나눠주고 다 함께 축하
자치구들은 신규 공무원이 떡을 돌리는 대신 구청에서 공무원에게 다과나 꽃을 선물하거나 다 함께 축하하는 방식으로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종로구다. 종로구는 지난달 18일 "시보 떡 대신 부서 직원들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다과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광진구도 지난 2월 신규 임용 공무원들에게 시보 떡 대신 축하 꽃을 전달했다. 유튜브로 임명장 수여식을 가족들에게 공유하고 구청장이 직접 감사 편지도 보내기로 했다.
선배들이 먼저 시보 기간이 끝난 직원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내는 '한발 먼저' 캠페인도 진행한다.
지난 8일에는 양천구가 시보 떡을 돌리는 대신 전 직원이 신규 직원의 시보 해제를 축하하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신규 직원의 6개월 공직 생활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내부망에 올리고 직원들이 축하 댓글로 응원을 전하는 방식이다.
11일 서대문구도 시보 떡 문화를 근절하고 건강한 조직문화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보 기간이 끝난 직원들에게는 구청장이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직원들이 서로 감사와 격려를 나누는 문화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동대문구와 동작구의 경우 "기존에도 시보 떡 문화가 많지 않았다"며 별다른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초 '시보 떡 대신 '덕분이다' 말 한마디로 충분하다'는 내용의 공지를 내부망에 올렸다.
◇'밀레니얼 공무원'이 왔다…자치구들 적응 프로그램 고민
이번 시보 떡 논란은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당하다고 느끼는 일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시보 떡에도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도 시보 떡 관련 개선안들이 나오자 "90년대생이 해낸다" "MZ세대 부럽다"는 글이 올라왔다.
자치구들은 자기 주장이 뚜렷한 밀레니얼 세대 직원과 기성세대 직원들이 어우러질 방법을 찾느라 고민 중이다.
서대문구는 신규 공무원이 국장과 과장에게 어려운 점이나 바라는 점을 곧바로 말할 수 있도록 했다. 선배 공무원과 신규 공무원을 1대1로 결연하고 멘토·멘티 소통 워크숍도 진행할 계획이다.
양천구 역시 신규 공무원과 구청장이 함께하는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신규직원 워크숍과 실무 교육도 진행해 적응을 돕는다.
용산구는 시보 떡 문화를 근절하자는 공지를 올리고 직원들에게 불편사항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신입 공무원들에게 와닿을 만한 조직문화 개선안을 고민하고 있다.
광진구도 설문조사를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조직문화를 바꿔나갈 계획이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조직이 건강하고 즐거워야 구민을 위한 일도 즐겁게 할 수 있다"며 "신규 직원들과 선배 직원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시보 떡 논란을 계기로 행정안전부에서도 추진하고 있는 조직문화 개선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해철 행안부 장관은 다음 주 중 개선 방안을 보고 받을 예정이다.
앞서 전 장관은 지난 9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시보 떡 관행이) 어떤 식으로든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조직문화 전반의 혁신 의제를 갖고 논의하기 위한 준비를 혁신조직실에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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