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지난 2019년 발주한 마을계획플랫폼 홈페이지. 아랫부분에 보이는 동별 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다. 대부분의 동은 가입인원이 2명 뿐이었다. /출처=홈페이지 잇단 캡처화면
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지난 2019년 발주한 마을계획플랫폼 홈페이지. 아랫부분에 보이는 동별 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다. 대부분의 동은 가입인원이 2명 뿐이었다. /출처=홈페이지 잇단 캡처화면
시민단체인 '풀뿌리사람들'이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홈페이지 제작 사업을 발주한 뒤 성능시험 등의 확인절차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준공승인을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용계획도 없는 기능을 탑재하거나, 과업의 이해도 하지 못한 채 사업을 발주했다.
3일 머니S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이하 사자센터)는 지난 2018년 11월에 ‘마을계획지원사업 온라인 플랫폼구축 용역 모집’이라는 제한경쟁입찰로 긴급 공고했다. 이 입찰에는 두 곳이 참여했으나, 한 곳은 제안 설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A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2019년과 2020년까지 1차 년도 사업예산은 8900만 원, 2차 년도 예산은 3000만 원으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준공은 지난해 5월 말에 됐지만, 사자센터 홈페이지에서 용역을 한 홈페이지로의 접속은 불가능했다.


성능시험 없이 준공처리…블록체인은 “사용계획 없어”


이 사업 목적은 마을의제 정보공유와 공론화를 위해 블록체인 기반으로 주민들의 인적자원 간 연결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또, 시민참여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마을공동체 ‘인센티브 토큰’이라는 ‘전자지갑’을 블록체인 형태로 탑재했다.

그런데 사자센터 측은 ‘전자지갑’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준공처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자센터 관계자는 해당 기능에 대해 “확인하지 못했다”며 성능시험을 거치지 않고 준공을 냈음을 시인했다. 과업지시서에는 ‘검수는 준공계 접수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실시하며, 검수담당자 입회하에 성능시험 및 제안요청서와 일치될 경우 인정하며 지적이 있을 시에 지체 없이 이행 후 재검수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취재결과 ‘블록체인’ 기능은 사용 계획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전자지갑은 처음 듣는 얘기”라면서 “사자센터에 확인해 본 결과 코인이나 전자지갑은 사용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홈페이지 하단에 기재된 소유자와 관리자 정보도 사자센터가 아니었다. 해당 정보는 이 사업을 수주했던 제작 업체였다. 본래 홈페이지 소유권자와 관리자의 명칭이 표기돼야 한다.

대전시 관계자는 “업체의 일부분을 나눠서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보가 그렇게 기입돼 있는 것”이라고 했다. 홈페이지를 제작의뢰 한 용역이지만 사실상 업체가 보유한 시스템의 일부를 사용하는 개념이다.

왼쪽부터 대전 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2019년에 입찰로 발주한 '마을계획지원사업 온라인 플랫폼 구축 제안요청서'와 지난 달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대전시 온라인 마을공동체 플랫폼 고도화 계획 제안요청서'의 과업내용. /자료출처 : 조달청 나라장터
왼쪽부터 대전 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2019년에 입찰로 발주한 '마을계획지원사업 온라인 플랫폼 구축 제안요청서'와 지난 달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대전시 온라인 마을공동체 플랫폼 고도화 계획 제안요청서'의 과업내용. /자료출처 : 조달청 나라장터

“직접 접속 어렵다” 추가 수의계약…용어도 모르며 과업에 포함

사자센터는 홈페이지가 준공된지 11개월이나 지난 시점인 지난 달 6일 ‘대전시 온라인 공동체 플랫폼 고도화 용역’이라는 명칭으로 기존 업체와 3000만 원에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준공은 오는 7월이다.
이 사업의 주요 과업은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 등에서 배포하는 ‘반응형 모바일 앱’을 개발, ‘반응형 웹 어플리케이션 개발’, ‘대전시 2021 골목형 공동체 마을계획 수립사업’, ‘고객관리 위한 회원가입 시스템 강화’다.

사자센터는 과업의 내용도 이해하지 못했다. 과업지시서에는 ‘반응형 모바일 앱’과 ‘반응형 웹 어플리케이션’이라고 표기됐다. ‘반응형 웹’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뒤섞어 놓은 것도 몰랐다.

사자센터 관계자는 문제가 제기되자 “같은 용어인데 단어를 다르게 해서 설명을 넣은 것이다. 용어에 따라 이해도가 달라지는 게 있다”고 했다. 또 ‘반응형’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주민들이 의견을 올리는 것들을 서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반응형 웹’은 인터넷 접속 시 PC나 모바일 등에서 자연스럽게 화면이 바뀌며 연동되는 웹사이트로, 별도의 모바일 전용 페이지를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 어플리케이션은 구글플레이스토어나 애플앱스토어 등을 통해 배포되는 모바일용 설치프로그램이다.

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 홈페이지. 2019년에 발주한 홈페이지를 접속할 수 있는 홈페이지의 접속 버튼인  '마을계획 온라인 플랫폼'이 '준비중'으로 돼 있다. /사진출처=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
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 홈페이지. 2019년에 발주한 홈페이지를 접속할 수 있는 홈페이지의 접속 버튼인 '마을계획 온라인 플랫폼'이 '준비중'으로 돼 있다. /사진출처=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

사자센터 측은 추가 수의계약과 관련해 “모바일에서만 작동하게 돼 있었고 주민들이 기능에 불편을 호소해서 기능개선을 위해서 수의계약을 했다”며 “웹페이지를 기반으로 6월 중후반에 주민들이 접속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확인결과 데스크탑 등의 PC의 크롬, 엣지 등 웹브라우저에서 해당 페이지의 접속이 가능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사업발주와 과업내용, 준공승인 등의 문제에 대해 “사업이 세부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은 나중에 결과를 보고 받는 형식이다. 올해 새롭게 마을계획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부적인 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것들은 사자센터에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대전시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준공처리가 됐다면 감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