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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관련 공기업에 재직하고 있는 20대 남성 A씨는 회사가 기재부 지침에 따라 군복무 경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해 고민에 빠졌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현재 일부 공공기관은 내부 승진 시 최저 근속 연한을 산정할 때 군 복무기간을 포함한다. 이에 따라 군필 직원은 근무경력을 2년 더 인정받는다. 과거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조치가 성별 등의 사유로 근로조건을 달리하는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반된다고 해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승진에 필요한 기초 연한을 계산할 때 포함하는 것이지 군 복무 자체를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여군 장교나 부사관도 혜택을 받는 상황에서 남녀 차별은 과한 해석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화제로 떠오른 여성징병제… 군경력 승진심사는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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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징병제는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20만명의 동의를 얻어 주요 이슈로 부각됐지만 공공기관 승진시 군경력 반영 문제는 2000여명 동의에 그쳤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
4·7 재보궐 선거를 전후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여성 징병제·군가산점제 주장이 화두로 떠올랐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북을)은 남녀평등복무제를 제안했고 전용기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군 가산점 재도입과 관련해 "개헌을 해서라도 전역 장병이 최소한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징병제는 기반 시설 및 예산 문제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군 가산점제도 1999년 헌법재판소가 여성과 미필 남성에 대한 차별이라며 위헌 판결을 냈다. 이후 수차례 관련 법안 발의와 폐기가 반복됐지만 진전이 없었다. 군 복무자 대우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보다 사회적 갈등 유발 효과가 더 컸기 때문이다.
반면 공공기관과 공기업 승진 심사 군 경력 반영 문제는 당장 현실과 직결되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무관심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해당 사안에 대해 기자의 지인인 대학생과 직장인 등 20~30대 20명에게 물어본 결과 8명(40%)이 모른다고 답했다. 알고 있다는 답변도 8명(40%)이었다. 들어 봤지만 자세히 모른다는 응답은 4명(20%)이었다.
그밖에 알고 있는 군 복무에 대한 혜택을 물어본 결과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모른다'고 답했다.
"의무니까 당연한 처우" vs "차별 줄이려면 다른 방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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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심사에 군경력을 반영하는 문제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직장인 오모씨(28·남)는 논리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군 호봉 가산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승진심사에도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두 제도가 같이 존재하거나 없애려면 다 없애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대학생 문모씨(24·여)는 "월급 혜택이나 승급 기회를 통해 그 보상이 이뤄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는 사회 구조적 차별을 강화하고 소수자를 더욱 소외시키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직장인 서모씨(28·남)는 "일괄적인 근무경력 반영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직무 연관성이 적다면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공기업 사원 이모씨(28·남)도 "군과 회사에서의 업무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며 서씨 의견에 동의했다.
취업준비생 허모씨(28·남)는 인정 범위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기관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전역한 사람 모두에게 혜택이 전부 돌아가야 진정으로 공평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승진심사에 군 경력을 반영했던 공기업들은 "검토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머니S와의 통화에서 "3직급 승격을 위한 응시자격 기간에서 군 복무 기간 산입을 제외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한국전력 측도 "군 경력을 승진 기간에 반영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행정 해석을 참고해서 아직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안 발의됐지만 현실은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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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 됐지만 후속 행보는 더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김병주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군 경력을 호봉으로 인정하는 '군 복무 인정법'을, 김병기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동작갑)은 군 복무자를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는 '군 복무자 국가유공자 예우법'을 발의했다.
김병주 의원실 관계자는 "승진 심사 시 군경력을 반영하는 문제와 군 경력을 호봉에 가산하는 문제를 놓고 관련 법안을 낸 의원실 사이에 조율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함께 패키지 법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김병기 의원실 관계자도 "현재 협의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군 복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비례)은 신중한 입장이다. 용 의원은 김병기 의원의 "군복무는 벼슬" 발언을 비판한 바 있다. 용 의원실 관계자는 "전역 이후 보상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군 복무는 당연히 대우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현역 군인에 대한 처우 개선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논의 필요한 때"… 갈등 넘어 합의 가능할까
"논의 필요한 때"… 갈등 넘어 합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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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제는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지만 그 과정에서 진통이 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전문가들은 이제는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다만 공론화 과정 창구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진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여론을 담을 수 있는 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더욱 첨예하게 표출되고 있다"며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인 책임도 고려하고 남성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권리에 대한 생각도 조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생산적인 논쟁을 위해서는 공론화 과정이 필수"라며 "손해를 분배하는 접근보다 의무를 생산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한다"며 "이러한 합의 과정은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