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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5조원·10조원 이상의 신규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중견 건설업체 6곳이 포함됐다.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땅을 싸게 사서 아파트를 짓고 분양수익을 올려 단기간 내 급성장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부동산가격이 최근 몇 년 새 무섭게 폭등하며 시공 이윤보다 높은 분양이익을 냈고 자산가치도 급상승했다. 총수의 퇴진으로 2세 경영이나 전문경영인 체제가 본격화됐다는 점도 닮았다. 이렇게 외형은 성장했지만 내부적으론 불투명한 내부거래나 경영권 승계 과정의 탈세 등이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기업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이상 앞으로 경영활동의 상당 부분이 투명하게 공개될 예정이다.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
이들 6개 기업의 공통점은 대체로 수도권 외곽과 지방의 땅을 싼값에 사들여 아파트를 짓고 분양하는 디벨로퍼(시행) 사업을 주력으로 삼았다는 점. 2세 경영이 본격화됐거나 준비 단계인 점도 닮았다. 앞으로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강화돼 내부거래 제한이나 경영권 승계 과정의 세금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
“미친 집값이 건설업체 먹여 살렸다”
대기업집단의 매출이 전체적으로 감소했음에도 부동산 자산 가격이 증가한 것이 중견 건설업체 약진의 배경이란 평가다. 공정위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57조1000억원과 4조5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자산총액은 160조3000억원 증가했다.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정 지원과 금리 인하 정책으로 시중 유동성이 급증해 자산가치가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공정위는 신규·승격된 6개 건설업체 대기업집단 지정에 대해서도 ▲주식·부동산 가치 상승 ▲토지 취득 ▲계열사 편입 등이 주요 사유라고 밝혔다.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6위(2020년)인 대우건설의 경우 반대로 자산이 2020년 10조2170억원에서 2021년 9조8470억원으로 3700억원(3.6%) 감소했다. 대우건설의 대기업집단 순위는 지난해 34위에서 올해 42위로 8계단 하락했다.
66위 대방, 반도 대비 영업이익률 ‘6배’
대기업집단 62위로 신규 건설업체 중 가장 순위가 높은 반도홀딩스(반도건설 지주회사)는 창업주 권홍사 회장이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다.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최대주주로서 지배력을 가졌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반도홀딩스는 반도건설과 반도종합건설을 지배하고 그 아래 여러 시행사가 있는 구조며 권 회장이 69.6%, 아들 권재현 상무가 30.1%의 지분을 각각 보유했다. 경영권 승계가 미완인 상태로 공정위 규제가 부담될 수밖에 없다.반도홀딩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6286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64억원과 172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이 4.2% 수준이다. 분양수익은 3405억원으로 영업이익의 12배를 넘었다. 토지와 건물은 1577억원, 재고자산 용지는 취득원가 기준 6024억원으로 전체 자산(2조3627억원)의 29.9%를 차지했다.
공정위가 공개한 반도홀딩스의 자산과 매출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른 동일인 관계회사의 별도 분류 기준으로 매출 8230억원, 당기순손실 90억원 등 적자 상태를 기록했다.
66위에 이름을 올린 대방건설은 베일에 가려진 폐쇄적 경영으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대방건설 계열사 수는 43개로 반도홀딩스(28개)보다 많다. 내부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최대 타깃이 될 수 있는 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 총수 일가 구찬우 대표는 대방건설 지분 71.0%를 보유했고 대부분의 자회사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호반건설의 경우 2019년 말 총수 자녀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대방건설의 연결 감사보고서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2850억원, 5527억원, 영업이익률이 24.2%에 달했다. 반도건설의 6배 가까운 수준이다. 토지·건물 자산은 1284억원, 재고자산 용지는 취득원가 기준 1조491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공사수익은 744억원이고 분양수익은 30배 가까운 2조2033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6개 건설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높은 229.4%를 기록했다.
부동산종합회사 MDM은 자산 5조7500억원으로 69위에 올랐고 매출 1조5420억원, 당기순이익 408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건설 권 회장의 친동생 권혁운 회장이 총수로 지정된 IS지주는 건설 대기업집단 가운데 순위는 가장 낮았지만 계열사 수는 SM그룹(58개) 다음으로 많은 46개였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소 계열사는 앞으로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계열사로 분류돼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이 축소된다. IS동서 관계자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코스피 상장회사로서 중요 경영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어 대기업집단 지정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2세 경영·일감 몰아주기 타격 없나?
대기업집단 37위와 38위에 나란히 오른 호반건설과 SM그룹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승격돼 상호·순환 출자와 채무보증이 금지되고 금융·보험회사 의결권 제한 규제가 추가 적용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수반되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특성상 금리가 상승할 경우 부채비율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신규 지정 대기업집단 평균 부채비율은 185.4%고 전체 대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2019년 이후 상승 전환돼 현재까지 지속됐다고 공정위는 분석했다.김노향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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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는 단일 대기업집단의 자산이 5조원을 넘기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해 사익편취와 일감 몰아주기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동일인이나 그의 친족(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대방건설과 IS동서는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쳤고 반도건설과 MDM은 진행 단계다. 대방건설은 창업주 구교운 회장 아들 구찬우 대표가 대방건설 지분 71.0%를 갖고 있다. IS동서는 권혁운 회장의 2세 권민석 대표가 2018년 단독대표 체제를 꾸렸다. 반도건설은 창업주 권홍사 회장 막내아들 권재현에게, MDM은 문주현 회장 장녀 문형정과 차녀 문초연에게 승계 작업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
사실상 ‘가족회사’ 대방건설 일감 몰아주기 제동
대방건설은 지분 100% 자회사가 개발사업 시행사로 나서고 대방건설이 시공하는 구조다. 일감 몰아주기 관련 지적을 받을 우려가 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하는 자회사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창업주 구교운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오너 2세이자 지분 71.0%를 보유한 구찬우 대표가 경영에 나선 가운데 개발 자회사 지분을 대부분 100% 가지고 있는 상황. 계열사 간 거래에 공정성 강화가 대두되는 시점이다.공정위는 구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이미 구 대표로 승계를 마친 상황이지만 구 회장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크다는 판단. 대방건설은 43개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오너 일가와 친·인척이 포진해 사실상 가족회사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20년 대방건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방건설이 종속회사 및 기타 특수관계자와 거래해 발생한 매출은 약 9712억으로 전체 매출 약 1조5575억원의 62.3%다. 대방건설은 2018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83.3%에 달하는 등 그동안 내부거래가 많아 여러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대방건설의 2019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주주인 구 대표와 매제인 윤대인 대방산업개발 대표에게 운영자금 명목으로 단기차입금 약 86억원을 시중은행 대비 높은 연 4.6%에 빌렸다. 지난해 이들에게 지급된 이자만 4억원을 웃돌아 배당금으로 받은 돈을 회사에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겼다는 지적이 있다.
자산 10조 넘은 호반건설, 계열분리 나설까?
호반건설은 2017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지 3년여 만에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올라갔다. 순수 건설업체 중엔 부영·DL(옛 대림)·HDC에 이어 네 번째다. 대우건설은 부채 감소로 자산 10조원 이하가 돼 소속에서 제외됐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기존 공시대상기업집단 규제에 더해 ▲상호출자 금지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회사 의결권 제한 등 지배구조 규제가 더 붙는다.호반그룹은 계열사 간 합병 등으로 주력 계열사인 호반건설과 호반산업·호반프라퍼티 등 3개 축으로 지배구조를 수직 계열화해 뒀다. 3개사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니다. 호반건설과 호반프라퍼티가 호반산업 지분을 각각 11.36%, 4.67% 보유하고 있으나 상호출자나 순환출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소속회사의 채무보증이 막히면서 사업 면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동안 시행 계열사를 내세워 공공택지를 분양받고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호반건설의 채무보증으로 자금력을 충당해왔기에 확장 전략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호반건설이 그룹 계열사에 제공한 지급보증 규모는 2조7756억원이다. 이에 따라 호반그룹이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호반건설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며 대기업집단 지정을 준비해왔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과거 택지를 분양받아 주택 건설을 하고 분양까지 영위하는 사업 과정에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던 게 사실”이라면서 “회사가 급성장하며 이를 차츰 줄이려고 노력했고 현재는 비중이 낮아진 상태다. 대기업집단 지정 시점을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준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수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