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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이 3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2009년 KIA 타이거즈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옛 에이스' 윤석민(34)이 뒤늦게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윤석민은 3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그는 이날 KT 위즈와의 경기에 앞서 시구자로 나가 마지막 투구를 펼쳤다.
그는 "오랜만에 투구해서 그런지 홈까지 거리가 멀게 느껴지더라. 꼭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었는데 볼이 돼 아쉽다"며 "그래도 정말 재미있었다"고 웃었다.
2019년 12월 은퇴를 선언하고 1년 6개월 뒤에 진행하는 은퇴식이었다. 윤석민은 "그동안 구단과 의견을 조율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더 늦춰서는 안 될 것 같아 오늘 은퇴식을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005년 신인 2차 1라운드 6순위로 KIA에 입단한 윤석민은 '최고 투수'가 됐다. 2009년 KIA의 통합 우승에 이바지했으며 2011년에는 17승 178탈삼진 평균자책점 2.45 승률 0.773를 기록하며 투수 4관왕 올랐다. 단일 시즌 승리,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 4개 부문 1위를 차지한 선수는 KBO리그 역사상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과 윤석민, 2명뿐이다.
또한 태극마크를 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국제대회에서도 맹활약했다.
하지만 윤석민은 2019년 시즌 종료 후 돌연 은퇴했다. 어깨 통증으로 재활했던 그는 정상적인 투구가 어렵게 되자 야구공을 내려놓았다.
윤석민은 "은퇴를 결정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재활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이후 푹 쉬면서 잘 추슬렀고 99%를 잊었다. 그렇지만 1%가 남아있다. 시간이 흐른 뒤 나를 되돌아봤는데 '향수병'처럼 하나씩 생각이 나더라. 이런저런 후회가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상이 가장 아쉽다. 누구보다 마운드에 오래 서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난 아직 젊은 편이다. 또래 선수들이 여전히 현역으로 뛰는 걸 볼 때마다 '어깨 관리를 좀 더 잘했어야 한다'는 후회가 든다. 그렇지만 이미 다 끝난 일"이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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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의 은퇴식이 3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됐다.( KIA 타이거즈 제공) © 뉴스1 |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이 없던 건 아니다. 윤석민은 "(은퇴 후) 실제로 투구한 적도 있었다. 사흘간 던지고도 어깨 상태가 괜찮아서 곽정철 코치님께 연락을 드리기도 했다. 그런데 곽 코치님께서 '젊은 투수들을 육성해야 한다'며 '건강한 윤석민이라도 팀에 필요없다'고 말씀하시더라. 그래서 (복귀) 꿈을 접었다"며 웃었다.
물론 100% 회복한 건 아니다. 윤석민은 "나흘째가 되니까 더는 공을 못 던지겠다"고 했다.
윤석민은 KBO리그 통산 398경기에 등판, 77승 75패 86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했다. 목표였던 통산 100승과 100세이브를 이루지 못했다.
윤석민은 "100승과 100세이브를 다 이룬 뒤 은퇴하고 싶었는데 내 바람일 뿐이었다. 1군 수준도 아니면서 그런 허황된 꿈을 갖는 건 현명하지 않았다"며 "은퇴를 고민할 때 '내가 투수코치라면 투수 윤석민을 기용할까'라는 생각도 했다. 답은 '아니다'였다. 연투가 불가능하고 어쩌다 한 번 잘 던질 수 있어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다. 그런 건 선수나 팀에게 해가 될 수밖에 없다. 평범한 투수가 된 만큼 냉정하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2013년 시즌 종료 후에는 메이저리그(MLB)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했지만, 끝내 빅리거가 되지 못했다. 결국 한 시즌 만에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KIA로 돌아왔다.
윤석민은 "도전 시기를 (MVP를 받았던 2011년 말로) 앞당겼다고 (결과가) 달랐을까"며 "메이저리그에 도전하지 않고 은퇴했어도 후회했을 거다.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결국은 후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도 윤석민은 한 시대를 풍미하고 타이거즈의 역사에 남게 됐다. 구단이 은퇴식을 마련하고 팬이 환대할 정도로 그는 '위대한 투수'였다. 윤석민은 "내가 타이거즈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요즘 윤석민은 야구공을 던지지 않고 골프공을 치고 있다. 아마추어 골프선수로 변신해 프로골퍼에 도전 중이다. 두 번의 예선에서 탈락했으나 성적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다시 돌아가야 할 무대가 야구계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
윤석민은 "내가 가장 잘하는 건 야구"라며 "야구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다시 KIA에서 야구를 해야 하고, 또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더해 "다만 내가 생각하는 바를 조언하는 게 선수들에게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모른다. 내가 맞는 건지 확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후배들을 대하는 게 조심스럽고 야구 지도자의 길을 조금 천천히 걷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KIA 팬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윤석민은 "난 팬서비스가 좋은 선수가 아니었다. 팬을 싫어하거나 무시한 건 아니다. 다만 (어렸을 때) 난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너무 죄송하다. 하지만 수만명이 내 이름을 연호했는데 잊을 수가 없다. 팬 여러분의 감사한 마음을 영원히 마음속에 품고 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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