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텔레콤 CEO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사이버 침해 사고 관련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의 민관합동조사관 발표 이후 SK텔레콤이 고객 감사 패키지를 밝힌 가운데 고객 간 형평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론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고객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판단을 중점에 뒀다고 했다.

유영상 대표는 4일 민관합동조사단의 SKT 사이버 침해사고 조사결과 발표 직후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고객 감사 패키지를 결정했다"며 "단기 실적보다 장기 고객 신뢰 회복을 통해 회사의 지속가능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상법 개정안 이후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단기적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 대해선 유 대표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 누구의 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위약금이든 보상안이든 안 하면 단기적으로 실적이 좋아지지만 고객들께서 신뢰해주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이) 신뢰해주지 않는다면 떠나고 실적은 갈수록 안 좋아지고 기업가치도 안 좋아진다"며 "단기적으로 (재무부담이 크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상법 개정안을 떠나 주주와 회사를 위한 이익이라고 이사회에서 판단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이날 5000억원 규모의 고객 감사 패키지를 공개했다. 7월15일 기준 SK텔레콤 고객 및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 약 2400만 명이 대상이다. 전 고객의 8월 통신요금을 50% 할인하는데 별도 신청 절차 없이 월정액, 문자, 음성, 데이터 사용료에서 50% 할인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오는 8월부터 연말까지 전 고객에게 메월 데이터 50GB도 추가로 제공한다. 데이터가 제한되는 일부 어린이 및 청소년용 요금제는 법정대리인이 고객센터와 대리점을 통해 제공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T멤버십 등 제휴사 할인 혜택도 늘린다. SK텔레콤은 "멤버십 할인은 연말까지 SK텔레콤에 신규 가입하는 고객도 동일하게 적용받는다"며 "침해사고 이후 해지한 고객이 해지일로부터 6개월 이내 재가입할 경우에는 별도 절차 없이 가입 연수, 멤버십 등급을 원상복구해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통신비 할인과 데이터 제공을 병행하는 이유는 고객의 형평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고객 감사 패키지를 결정할 때 어떤 것이 공정하고 고객 차별이 안 되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340만명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고객들은 통신비 할인율에 따른 할인액이 크지만 상대적으로 저가 요금제를 쓰는 고객들은 할인 금액이 작은 탓이다.

이에 데이터 50GB를 제공해 중저가요금제 고객들을 배려했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50GB를 주면 340만명의 무제한 고객들은 데이터 선물하기 등에 쓸 수 있지만 유효성이 낮다"며 "요금이 낮은 고객들은 무제한이 아니기 때문에 50GB가 굉장히 큰 가치인 만큼 전체적으로 보면 형평성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