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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을 시험발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북한의 핵전력이 다양화되면서 그에 따른 안보상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전략핵', 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집중해왔지만, 최근엔 우리나라, 그리고 동해에 인접한 주일미군기지를 겨냥한 게 명백해 보이는 단거리 무기를 '전술핵' 투발수단으로 개발 중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 당국은 한미동맹의 '맞춤형 억제전략'과 우리 군의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체계'에 따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선제적으로 탐지·타격함으로써 유사시 우리 측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을 세워온 상황.
그러나 그 사이 북한은 Δ한미 군 당국이 현재 운용 중인 감시·정찰자산으론 탐지하기가 쉽지 않거나, Δ탐지하더라도 현 수준의 미사일방어체계론 대응하기가 어려운 방향으로 무기 개발을 진행해왔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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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달 28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을 시험발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
실제 북한은 올 1월 김정은 총비서 주재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 때 수립한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에서 Δ핵무기의 소형경량화·전술무기화 Δ다양한 전술핵무기 개발 등을 천명한 이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왔다.
북한이 9월 시험발사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달 이들 무기의 시험발사 소식을 전하면서 핵 투발수단을 뜻하는 "전략무기"란 표현을 썼다.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록 "전략무기"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으나, 올 3월 시험발사한 '신형 전술유도탄'(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 개량형)과 지난달 발사한 철도기동미사일(KN-23), 그리고 이달 19일 시험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핵 투발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우리 군의 미사일방어체계(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탐지·대응하는 데 특화돼 있다. 따라서 발사 직후부터 수십~수백m 수준의 저고도 비행이 가능한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탐지·대응 시점이 느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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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달 11~12일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지난달 시험발사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대해 "속도가 '아음속'(음속보다 느린 속도)으로 충분히 느렸다"는 이유로 "현재도 충분히 요격할 수 있다"고 평가했지만, 이는 추후 이 미사일 개발이 완료돼 그 속도가 음속 이상으로 빨라질 경우엔 대응이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화성-8형'과 같은 극초음속 미사일도 발사 후 특정 고도에서 탄두부(극초음속 활공체·HGV)가 분리된 뒤엔 초저고도로 비행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 군의 대응이 쉽지 않긴 마찬가지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화성-8형' 시험에 대해선 비행체의 속도가 마하3(음속의 3배·시속 약 3672㎞) 수준으로 탐지됐단 이유로 "개발 초기 단계"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미사일 역시 추후 개발이 끝나 마하5(음속의 5배·시속 약 6120㎞) 이상의 속도를 내는 상황이 올 경우엔 "요격이 불가능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SLBM 개발에 대해서도 "초보 수준"(서욱 국방부 장관)이라며 북한이 SLBM을 실전배치·운용할 잠수함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이를 두고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군이 북한의 관련 기술 개발속도나 수준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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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달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 검열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신형 SLBM이 기존 지대지 탄도미사일 KN-23을 개량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시험발사는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실전배치는 '북극성' 계열 SLBM보다 빠를 수 있다"며 추후 '북극성' 계열은 전략무기, 신형 SLBM은 전술무기로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북한 무기체계 전문가 네이선 헌트도 북한이 이번 신형 SLBM 시험발사를 통해 "SLBM 기술 개발과 발사능력 향상에 필요한 경험을 쌓았다"며 "장기적으로 미국의 역내 안전보장 활동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은 2017년 11월 ICBM '화성-15형' 시험발사와 함께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현재까지 ICBM 시험발사는 '유예'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관련 협상이 결렬된 2019년 한 해 동안에만 13차례에 걸쳐 총 25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및 방사포(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다연장로켓포) 시험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시기를 활용해 탄도미사일의 정밀성과 기동성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기술적 역량을 축적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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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작년 10월10일 조선노동당 창건 제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
이런 가운데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이 ICBM 시험발사뿐만 아니라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까지 했다.
북한은 2017년 9월 제6차 핵실험 이후 핵실험을 중단하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도 폭파 방식으로 '폐쇄'했다고 밝혔으나, 김 총비서가 올 1월 당 대회 때 언급한 '초대형 핵탄두' 개발 등의 과업 완수를 위해 머지않아 "핵실험장을 재건해 지하핵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게 DIA의 판단이다.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에선 올 2월부터 시설 재가동 정황이 포착돼왔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현재 북한의 핵활동과 관련해 21일(현지시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정부 당국자들로부턴 "북한의 SLBM 발사는 우리 국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도발'이 아니다" "북한이 핵·ICBM 시험을 하지 않았으니 여전히 대화를 탐색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부 당국자들은 객관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우리 SLBM의 성능이 북한보다 뛰어나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군사 소식통은 "북한의 위협 수준을 과장해선 안 되겠지만,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 역시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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