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자율주행시대를 앞두고 과거에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본격적인 자율주행시대를 앞두고 과거에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1) 좁은 공간도 ‘OK’… 뒷바퀴 꺾이며 회전반경 줄이는 마법
(2) “주차걱정요? 그런 거 없어요”
(3) 주차만 해도 ‘꽉꽉’… 자동차도 ‘무선충전’ 시대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들의 성능은 상향 평준화됐다는 평을 받는다. 자동차의 기본기를 평가할 때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성능이 얼마나 균형감을 갖추느냐에 주안점을 둔다. 안전하고 빠른 이동에 도움을 주는 수단인 만큼 세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기 때문.

특히 내연기관차에서 전동화 자동차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이어서 각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별화에 골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는 기술은 ‘사륜조향장치’(4WS)다. 운전자가 네 바퀴 모두를 좌우로 움직이게 해 주행 편의와 안전을 함께 챙기도록 한 것이다.

뒷바퀴 조향 체험하면 ‘신세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뒷바퀴가 10도까지 꺾인다.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뒷바퀴가 10도까지 꺾인다.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의 방향을 결정짓는 건 앞바퀴의 몫이다. 그동안 뒷바퀴는 그저 잘 따라오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차의 덩치가 커지면서 앞과 뒤가 한 덩어리처럼 움직이는 데 한계를 보였다. 좁은 곳에서 휠베이스(앞바퀴의 축과 뒷바퀴의 축 사이의 거리)가 긴 차를 다루는 것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앞바퀴와 함께 뒷바퀴가 꺾이면 많은 이점이 생긴다.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휠베이스를 짧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냄으로써 운전 시 편의성이 향상된다. 회전반경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주차장이나 좁은 골목 등은 물론 유턴할 때도 앞뒤로 움직일 필요 없이 한 번에 돌 수 있어 이득이다.
반대로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꺾이며 휠베이스를 길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고속주행 시 자동차의 앞과 뒤가 따로 움직이는 현상을 줄임으로써 자동차의 불필요한 흔들림을 제어할 수 있게 돼 주행안정성이 크게 향상된다. 운전자는 차를 다루기가 쉬워지며 함께 차에 탄 이들은 한층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동안 스포츠카를 중심으로 4WS 기술이 적용된 이유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과거 혼다나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 같은 기술을 스포츠카에 주로 적용했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와 비용 상승으로 한동안 사용하지 않다가 최근 고급 세단을 중심으로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과거엔 기계적으로 조향장치가 연결된 탓에 무게가 늘고 불필요한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다가 현재는 전자식 제어장치로 바뀌면서 설계 자유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평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최대 10도)와 플래그십 전기차 ‘EQS’(최대 4.5도)에는 뒷바퀴가 꺾이는 4WS가 적용됐다. 길이가 5미터가 넘는 큰 차체임에도 소형차 수준의 유턴 회전반경을 보일 수 있는 배경이다. 좁은 주차장에서도 앞뒤가 같은 방향으로 꺾여 탈출을 쉽게 돕는다.

랜드로버의 럭셔리 대형 SUV ‘올 뉴 레인지로버’에도 4WS 기능이 탑재됐다. 뒷바퀴 조향은 전기 신호를 통해 가능하며 최대 7도의 조향각을 갖췄다. 랜드로버 모델 중 가장 작은 11m 미만의 회전 반경(스탠다드 휠베이스 기준)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

아우디도 대형 모델인 ‘Q8, A8’ 등에 4WS를 탑재했다. 국내에선 제네시스가 ‘G80 스포츠’ 모델을 내놓으면서 4WS 대열에 합류했다. 연말 출시될 제네시스 G90에도 4WS 기능이 적용된다. 이외에 포르쉐나 BMW, 렉서스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핵심 차종에 4WS를 적용하는 추세다.


“가격 낮춰 미래차 대비해야”

제네시스 G80 스포츠도 뒷바퀴 조향이 된다. /사진제공=제네시스
제네시스 G80 스포츠도 뒷바퀴 조향이 된다. /사진제공=제네시스
자동차업계에서는 미래차 격전장에서 앞으로 사륜조향시스템 가격을 낮추는 게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와 달리 전자식으로 제어하는 데다 전동화 시대를 맞아 해당 기능 보급이 크게 늘어날 수 있어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사륜조향장치가 탑재된 차는 안전성과 편의성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첨단 장치 장착에 따른 비용이 늘어나는 점과 고장이 발생했을 때도 비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산화를 이룬 만큼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사람이 운전하는 내연기관차는 물리적인 구조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며 “반면 앞으로 등장할 자율주행 전기차는 차체 설계가 자유로워지는 만큼 앞뒤 바퀴가 완전히 꺾이거나 운전대가 접혀 들어가는 등 과거에 불가능했던 기술이 대거 적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