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삼표산업에 성수동 공장을 매각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삼표레미콘 성수 공장 철거 착공식’에 참석한 관계자 모습. /사진=뉴스1
현대제철이 삼표산업에 성수동 공장을 매각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삼표레미콘 성수 공장 철거 착공식’에 참석한 관계자 모습. /사진=뉴스1
현대제철이 알짜배기 땅으로 손꼽히는 서울 성수동 소재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를 삼표산업에 매각한다. 직접 개발할 경우 최소 조 이상의 이익이 예상되는 곳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사돈 관계인 삼표그룹에게 개발 이익을 몰아 주기 위한 것으로 관측되지만 현대제철은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 있다. 

현대제철은 2005년에도 서울 중랑구 상봉동 소재 옛 강원산업 연탄공장 부지를 현대엠코(2014년 현대엔지니어링에 합병)에 매각해 논란이 일었다. 현대엠코는 상봉동 부지 개발로 벌어 들인 이익을 더해 최대주주인 정의선 현대자동차회장 등에게 고배당을 했다. 
15일 레미콘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성수동 공장 철거 계획 이행을 위해 지난 1월 삼표산업에 성수동 공장 부지를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서울시, 성동구, 현대제철, 삼표산업 등은 2022년 6월까지 성수동 공장을 이전·철거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2017년 체결했다. 성수동 공장 철거 작업은 지지부진했으나 현대제철이 삼표산업에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해체 공사는 오는 6월30일까지 마무리 될 예정이다.

레미콘업계는 현대제철의 삼표레미콘 성수동 공장 부지 매각 결정을 의아해 한다. 자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개발 시 막대한 수익이 눈 앞에 있는 부지를 삼표산업에 넘겨 개발권을 포기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표레미콘 성수동 공장 부지는 서울시 성동구 1가 683번지 일대에 2만7828㎡에 위치한다. 현대제철 소유 면적은 2만2924㎡이고 국공유지가 4904㎡다. 성수대교와 강변북로가 인접해 교통이 편리하고 서울숲이 바로 붙어 있어 서울 강북 ‘노른자 땅’으로 불린다.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발표한 한강르네상스 사업 일환으로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돼 50층 높이의 건물을 짓는데 규제가 없다. 서울시가 2040 서울도시계획을 통해 용도지역별 층수 제한을 삭제하고 지역별로 스카이라인을 조성할 것으로 알려져 성수동 일대 정비사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는 주상복합단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수준의 개발이익은 최소한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0월 준공된 이곳은 지상 33층 규모의 오피스 건물인 디타워, 지상 49층 280가구 규모 주거동, 지상 4층의 상업시설로 이뤄졌다. 2017년 분양 당시 서울 최고가인 3.3㎡평균 분양가 4750만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5월 이뤄진 200.74㎡ 매매는 분양가(30억8000만원)의 두 배 수준인 60억원에 거래됐다.

성수동 공장 부지 헐값 매각 시 배임 논란 될 수도

현대제철이 삼표산업에 성수동 공장을 매각한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성수동 공장 모습. /사진=뉴스1
현대제철이 삼표산업에 성수동 공장을 매각한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성수동 공장 모습. /사진=뉴스1
레미콘 업계는 현대제철의 성수동 공장 부지 매각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1호' 가능성이 높은 삼표산업이 철거 압박이 가중되자 개발 이익을 거둘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삼표산업이 5년전 성수동 공장 철거를 합의했지만 서두르지 않았던 것은 대체부지를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현대차그룹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 수혜를 누리기 위해서였다. 

오는 2026년 완공 예정인 GBC가 원안대로 건설되면 105층, 569m 규모로 한국 최고층 빌딩이 된다. 공사 규모가 큰 만큼 투입되는 레미콘 양도 많아 삼표산업이 막대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회사 관계자는 성수동 공장 부지 매각 결정 사유에 대해 “철거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결정한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현대제철이 삼표산업의 이익을 위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부지를 매각할 경우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공장이 있는 성동구 성수동1가 683번지의 지난해 개별공시지가는 단위면적(㎡)당 888만3000원이다. 현대제철이 소유한 부지(2만2924㎡)의 공시지가는 약 2036억3389만원이다. 공시지가는 실제 토지 가격보다 저렴하다는 점과 주변 시세를 고려하면 해당 부지 가치는 4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현대제철은 인천제철 시절인 2000년 삼표그룹 모태인 강원산업을 인수·합병하면서 성수동 공장 부지를 얻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대제철 주주들이 성수동 공장 부지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각돼 자신들의 수익이 온전히 실현되지 못했다고 주장할 경우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주주들의 허락을 미리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세보다 싸게 파는 것만으로는 배임죄를 묻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제철은 INI스틸 시절인 2005년 중랑구 상봉동 토지를 현대엠코에 헐값으로 매각한 바 있다. 부지 면적 2만200여㎡에 장부가 383억6300만원, 매각 금액 406억7000만원이다. 상봉동 토지는 용도 변경 절차를 거쳐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상봉프레미어스엠코가 지어졌다. 개발 이익으로 수 천억원이 넘는 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 현대엠코는 최대주주인 정의선 회장에게 현대엔지니어링 합병 전까지 수 백억원을 배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