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픈 역사 '6월 민주항쟁'이 어느덧 35주년을 맞았다. 영화 '1987'은 긴급했던 1987년 항쟁 과정을 재구성해 큰 감동을 줬다. 사진은 지난 2020년  고 이한열 열사 33주기 추모식에 방문한 이 열사의 어머니 고 배은심 여사(왼쪽)와 영화 '1987' 포스터. /사진=뉴스1,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슴 아픈 역사 '6월 민주항쟁'이 어느덧 35주년을 맞았다. 영화 '1987'은 긴급했던 1987년 항쟁 과정을 재구성해 큰 감동을 줬다. 사진은 지난 2020년 고 이한열 열사 33주기 추모식에 방문한 이 열사의 어머니 고 배은심 여사(왼쪽)와 영화 '1987' 포스터. /사진=뉴스1,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가슴 아픈 역사 '6월 민주항쟁'이 어느덧 35주년을 맞았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바로 '1987'이다.


영화 '1987'은 지난 1987년 1월14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받던 22살 대학생 고 박종철 열사의 죽음이 같은해 6월 광장운동으로 이어지기까지의 역동의 시대상황을 그려냈다.

지난 2017년 12월 개봉한 영화 '1987'에는 배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등이 출연해 열연을 펼쳤고 배우 강동원이 고 이한열 열사, 영화 마지막에 카메오로 깜짝 등장하는 여진구가 고 박종철 열사 역할을 맡았다.

"'탁' 치니 '억'하고"… 실제 같이 연출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영화 '1987'에서는 '6월 항쟁'의 발단인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담아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추모공간(왼쪽)과 영화 '1987' 스틸컷 /사진=뉴스1, 스타뉴스
영화 '1987'에서는 '6월 항쟁'의 발단인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담아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추모공간(왼쪽)과 영화 '1987' 스틸컷 /사진=뉴스1, 스타뉴스

'1987'은 6월 항쟁의 발단인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당시 경찰은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학생 고 박종철 열사를 불법으로 체포해 심각한 고문을 일삼다 그를 사망케 했다. 이 사건은 공안당국의 조직적인 은폐 시도에도 진상이 폭로돼 지난 1987년 6월 항쟁의 주요 계기가 됐다. 고문을 가하던 경찰은 박종철 열사에게 폭행을 비롯해 전기고문, 물고문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박종철 열사는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 분실 509호 조사실에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했다. 하지만 같은달 15일 강민창 치안본부장은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발표했다.

영화 '1987'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그대로 담아냈다. 실제로 배우 김윤석은 '박처장' 역을 완벽히 소화해내 "냉수를 몇 컵 마신 후 심문을 시작해 박종철군의 친구의 소재를 묻던 중 갑자기 '억' 소리를 지르면서 쓰러져 중앙대 부속 병원으로 옮겼으나 12시경 사망했다"라는 대사를 실제같이 연기해 이목을 끌었다.

'이한열 열사' 연기한 강동원… "빚 갚는 심정으로 임했다"

특히 영화 '1987'에서는 배우 강동원이 고 이한열 열사 역을 맡아 연기했다. 사진은 1987년 진압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연세대생 이 열사의 범국민장례식(왼쪽)과 배우 강동원. /사진=뉴스1, 임한별 기자
특히 영화 '1987'에서는 배우 강동원이 고 이한열 열사 역을 맡아 연기했다. 사진은 1987년 진압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연세대생 이 열사의 범국민장례식(왼쪽)과 배우 강동원. /사진=뉴스1, 임한별 기자

특히 영화 '1987'에서는 배우 강동원이 당시 연세대학생이었던 고 이한열 열사 역을 맡아 관객을 놀라게 했다.

강동원이 연기한 이 열사는 6·10 민주항쟁을 하루 앞둔 지난 1987년 6월9일 전두환 정권에 맞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머리에 최루탄을 맞아 쓰러진 후 같은 해 7월5일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피를 흘리는 사진은 6·10 민주항쟁의 상징이 됐다. 이 열사가 머리에 최루탄을 맞은 후 같은 연세대 학생 이종창에 의해 부축당한 채 피를 흘리는 사진은 당시 로이터 사진기자였던 정태원씨에게 찍혀 중앙일보, 뉴욕타임스 등의 1면 머릿기사에 실리며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 사진은 당시 폭압적이었던 정권의 잔인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강동원은 "빚을 갚는 심정"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밝혔다. 2016년 촬영 전후로 여러 차례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고 배은심씨와 만났으며 이한열 열사의 묘소도 참배했다. 촬영 전 장준환 감독과 함께 이한열기념관을 찾아 이한열 열사가 피격 당시 입고 있던 옷과 유품을 둘러보기도 했다.

강동원은 영화가 개봉된 뒤 무대인사에서 배우의 사명감을 강조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내가 지금 이렇게 잘살고 있는 게 많은 빚을 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다는 심정으로 참여한 건데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