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9호'로 징역형을 산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뉴스1
'긴급조치 9호'로 징역형을 산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뉴스1

대법원이 당초 판례를 뒤집고 유신정권 당시 긴급조치 9호에 따라 구속된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전부 패소한 긴급조치 9호 피해자와 유가족 등 71명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1975년 5월13일 박정희 정부는 긴급조치 9호를 선포해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당시 적발된 위반자들은 영장 없이 구속돼 1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해졌다.

그러나 지난 2013년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9호에 대해 위헌을 결정하며 피해자들도 재심 끝에 무죄를 확정 받게 됐다. 이번 소송에 나선 피해자들은 당시 받은 형사보상금과 별개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 등을 청구했다.

A씨 등은 박 전 대통이 긴급조치권을 발동할 만한 위기상황이 아닌데도 반대세력을 억압해 장기집권을 공고히 하려는 목적으로 긴급조치 9호를 발동했다고 주장했다. 긴급조치 9호는 헌법상 영장주의와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로 박 전 대통령이 이를 발동한 것은 공무원으로서 위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또 A씨 등은 수사관들이 영장 없이 자신들을 불법으로 체포·구금한 뒤 접견을 제한한 채 고문 등 가혹행위를 저질렀다며 소송을 냈다. 앞선 1·2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15년 다른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의 상고심에서 "긴급조치가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