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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랑하고 싶어 핫플레이스에 방문해요. 사진만 찍으면 돼요."
SNS 활동을 즐기는 젊은 세대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인기 있는 장소는 감성카페다. 감성카페는 독특한 인테리어와 소품 등으로 분위기를 자아내 인생샷을 건지기 좋은 포토존이다.
MZ세대는 자신의 행복한 순간을 기록하고 공유하기 위해 SNS를 이용한다. 이들은 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본인의 일상을 과시한다.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일까? MZ세대들은 매 순간의 '나'를 기록하고 싶어 한다. 이처럼 SNS가 MZ세대의 일상에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자 인생샷을 향한 의지가 한층 뜨거워졌다.
서울 시내 곳곳에는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를 겨냥, 다양한 분위기의 감성카페가 들어섰다. 이곳들이 바로 MZ세대의 사랑을 독차지한 사진 맛집이다. 그러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만큼 비판의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서비스 직종인 카페 측이 인기에 힘입어 거만하고 불친절한 태도로 손님을 응대하기 때문.
머니S가 감성카페를 둘러싼 MZ세대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20일 성수동의 SNS 핫플레이스를 방문했다.
"문전성시면 다야?"… 감성카페의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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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카페가 많기로 유명한 성수동은 MZ세대의 집합소다. 다양한 분위기의 카페가 집결된 탓인지 성수동 곳곳엔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도 찾기 힘든 카페들이 숨어있다. 골목마다 지도 앱을 켜고 카페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자 역시 30분 동안 헤매다 블로그 후기를 본 후에야 겨우 카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도착한 카페에는 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는 사람과 문 앞에서 줄을 선 사람들로 가득했다. 대기하며 불만을 토로하던 A씨(여·21)는 '불친절한 서비스'와 '비싼 가격'을 감성카페의 옥에 티로 꼽았다.
그는 "궁금한 점이 있어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문의했더니 다짜고짜 질문해 불쾌하다는 카페 측 답변을 받았다"며 "말투가 이상하지도 않았는데 예민하게 반응해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예의를 중요시하던 카페에 막상 가보면 손님에게 인사조차 안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감성카페라는 이유로 아메리카노 가격이 7000원인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A씨와 함께 서 있던 B씨(남·22)는 '엉망인 인테리어'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그는 "저렴한 걸로 꾸민 허름한 인테리어를 빈티지나 노포 감성이라고 홍보하며 장사하는 곳이 있다"며 "높은 의자에 낮은 탁자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고 불평했다. 간혹 '이렇게 쉽게 장사하는 곳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B씨는 "요즘 감성카페의 특징이 대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며 "남들이 가니까 찾아오는 곳이 됐다. 손님이 직원에게 굽신거리며 돈을 쓰는 게 말이 되냐"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들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감성카페를 희화화한 유행어가 등장했다. 무례한 말투로 상대를 얕보는 누리꾼이 등장하면 "정중한 척하지만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 마치 '인스타 감성카페' 같다"라고 하고 온라인 거래 앱에서 만난 상대가 거래 과정에서 제품 인증 요구를 거절하면 "안되는 것이 참 많은 걸어 다니는 감성카페"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허름한 장소를 보면 "뭐야 인스타 감성카페잖아"라며 사진을 첨부하기도 한다.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다?… 감성카페 방문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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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카페의 만행에도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방문 후기가 가득하다. 놀라운 점은 감성카페의 만행을 알고도 찾아간다는 것이다. 서비스가 미흡함에도 이들이 감성카페를 방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수동을 자주 방문한다는 C씨(여·22)는 "훌륭한 서비스를 원한다면 프랜차이즈 매장에 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감성카페를 이용한다"며 본인이 감성카페에서 찍은 이른바 '인생샷'을 보여줬다. 사진에는 알록달록하고 쨍한 색감을 배경으로 방긋 웃는 C씨의 모습이 담겼다.
SNS에 '#핫플레이스'라는 해시태그를 필수로 입력하는 D씨(남·24)는 "직원이랑 대화할 일이 별로 없으니 불친절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구들과 서울에서 만나 놀러 다니는 것을 선호하는데 평소 가보지 못한 카페를 찾아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가 과시한 인생샷을 보면 카페의 인테리어가 아닌 해당 장소에서 얼마나 본인이 조화롭게 나왔는지에 포커스가 맞춰 있다.
이에 인스타그램 셀럽인 E씨(여·27)는 "감성카페에서 인생샷을 건지기 힘들다. 북적북적한 사람들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데 잘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인생샷을 건졌다고 해도 몇십분 사투를 벌인 끝에 겨우 찍은 사진"이라며 "감성카페에 방문하는 이유는 (인생샷보다는) '나 이렇게 잘 놀아요'를 과시하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오만한 태도의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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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를 찾은 기자 역시 감성카페의 문제점을 직접 느껴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해당 카페 직원은 문을 열고 들어선 기자와 눈이 마주쳤지만 날카로운 눈빛으로 훑어보기만 했다. 기자가 지켜봤지만 카페를 방문하는 손님 중 직원의 인사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밀린 주문을 받느라 바쁜 상태도 아니었다. 메뉴를 주문할 때 역시 직원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 흔한 "얼마입니다"라는 말조차 없이 카드를 받기 위해 손만 내밀 뿐이다.
기자는 1시간 동안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카운터를 지키는 직원에게 "서비스 직종인데 손님과 교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직원은 "어차피 사진 찍으러 온 거 아닌가"라며 "여기는 그들의 인생샷을 만들어주기 위해 장소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서비스정신이 한참 뒤떨어진 직원의 말대로 카페에는 사진 찍기 바쁜 사람들로 가득했다.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는 받지 못한 채 앉아 있는 이들은 감성카페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것일까, 그저 외면하는 것일까.
모든 감성카페가 이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감성카페의 이미지가 갑질로 보일 만큼 거만하다면 소비자의 소비행태도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서비스가 형편없어도 항상 손님이 가득하다면 앞으로도 감성카페의 갑질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