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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 '영업 강화'는 명목… 라이나생명 등 제판분리 나선 이유는
② "먹튀 준비?"… 한국서 번 돈, 본사에 넘기는 외국계 보험사들
③ 구조조정 들어간 외국계 보험사, 위기 타개책은?
① '영업 강화'는 명목… 라이나생명 등 제판분리 나선 이유는
② "먹튀 준비?"… 한국서 번 돈, 본사에 넘기는 외국계 보험사들
③ 구조조정 들어간 외국계 보험사, 위기 타개책은?
대형 외국계 보험사들이 속속 제판분리(제조·판매 분리)에 나서며 외국계 보험사들 사이에서 구조조정 위기감이 고조된다. 제판분리가 설계사와 직원 이탈로 이어져 하나의 구조조정 수단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올해 1월 중국 다자보험그룹의 자회사인 동양생명에 이어 빠르면 다음달 미국 처브그룹의 자회사인 라이나생명이 제판분리를 단행할 예정이다. 동양생명은 전체 외국계 보험사 1위 업체로 지난해 당기순이익 2756억1800만원을 기록했다.
동양생명의 뒤를 이어 라이나생명이 2330억79000만원으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국내 보험시장 성장세 둔화와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으로 보험권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 외국계 보험사인 동양생명, 라이나생명·에이스손해보험의 제판분리에 다른 보험사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판분리를 둘러싼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갈등도 예상된다.
라이나생명, 구조조정설에 휩싸인 이유
2022년 4분기 외국계 보험사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이슈는 미국 처브그룹의 라이나생명에 대한 제판분리다. 지난 10월6일 라이나생명·에이스손해보험의 모회사인 미국 처브그룹은 TM(텔레마케팅) 전문업체인 '라이나원' 설립을 공식화 하며 제판분리를 선언했다.라이나원은 처브그룹의 100% 자회사로 라이나생명의 자회사인 라이나금융서비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라이나원은 오는 12월1일이며 500여명 규모로 출범한다. 라이나생명에서는 TM지원,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오퍼레이션, IT·조달, 인재개발부서가 라이나원으로 이동한다.
라이나원 설립을 두고 라이나생명 직원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용불안이다. 해당 직원들은 라이나원으로 전적은 인력 감축을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 10월5일 미국 처브그룹이 공개한 '라이나원 전적 주요 내용'에 고용승계와 관련해 명확한 내용이 빠져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라이나원 전적 주요 내용에는 전적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고용불안을 해소할만한 문구와 라이나원으로 전적한지 5년 후 고용을 보장하는 내용이 빠져 있다. 처브그룹이 제판분리를 명목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지난 1월 동양생명도 판매자회사인 '마이엔젤금융서비스'를 출범하기 전 대다수 직원들이 큰 혼란에 빠진 바 있다. 당시 동양생명은 대면영업조직과 TM조직 등 500여명을 마이엔젤금융서비스로 옮겼다.
실적 부진으로 매년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는 동양생명의 제판분리를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구조조정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고비용 저효율' 영업조직 축소 및 정규직 인력 감축을 통한 선제적 비용절감으로 매수기업의 부담을 줄여 매각 확률을 높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한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부문 매각에 실패한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 것 중 하나도 '고비용 인력'이다.
이와 관련해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제판분리를 단행하는 것"이라며 "신상품과 새로운 고객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제판 분리를 통해 설계사들의 영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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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판분리는 상품 설계와 제조는 본사가, 판매는 판매전문회사가 전담하는 것이다.
통상 보험사가 영업 조직을 자회사 GA(법인보험대리점)로 이동시키는 형태로 진행한다. 보험사들이 GA를 설립해 전속 설계사들을 분리하려는 이유는 영업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본사는 상품개발과 자산운용에 집중할 수 있고 인건비와 수수료 등 고정비용을 덜 수 있다.
자회사 GA 입장에서도 판매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제판분리 과정에서 보험설계사의 고용 불안 문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고아계약 양산 등 보험계약자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제판분리를 앞두고 경영진과 직원들이 부딪히는 사례는 외국계 보험사에만 한정된 일이 아니다. 지난 2020년 10월 한화생명도 제판분리를 앞두고 설계사 조직과 큰 갈등을 빚었다. 당시 설계사로 구성된 노조는 본사가 자회사 분할과정에서 동의 없이 강제로 소속을 옮기고 일방적으로 수수료 삭감하고 주장했다. 내년 1월 제판분리를 앞둔 흥국생명도 고용불안 문제로 설계사들이 사측에 반발하는 중이다.
외국계 보험사들, 매각 추진 중
일부 외국계 보험사들은 국내 보험시장 전망이 어두운데다 정부 규제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보험 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중이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돼버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계 보험사 11개사들은 실적(생명·손해보험 합계)을 크게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이들의 2021년 당기순이익은 1조747억2400만원으로 전년대비 13.9% 증가했지만 라이나생명과 ABL생명, 처브라이프생명, 카디프생명 등 무려 5개사의 실적이 악화됐다. 푸본현대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 등 일부 보험사가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이다. 이미 프랑스계 악사손해보험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미국계인 메트라이프생명과 중국계 동양생명 등에 관한 매각설도 잇따르고 있다.
이상우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우리나라 보험산업은 생산인구 감소, 저성장·저금리 지속, 생명보험시장 포화상태 등에 따라 수입과 이익 성장이 모두 둔화되며 외국계 보험사들의 철수는 더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