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제98회 졸업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에서 한 상인이 꽃다발을 팔고 있다. 졸업식과 입학식 시즌을 앞두고 실내 마스크 해제로 대목을 기대했던 꽃집과 화훼 농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훼 농사를 접은 농가의 증가와 등유 가격 상승으로 난방비가 치솟으며 생화 가격이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3.2.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3일 오전 제98회 졸업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에서 한 상인이 꽃다발을 팔고 있다. 졸업식과 입학식 시즌을 앞두고 실내 마스크 해제로 대목을 기대했던 꽃집과 화훼 농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훼 농사를 접은 농가의 증가와 등유 가격 상승으로 난방비가 치솟으며 생화 가격이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3.2.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조현기 기자 = "졸업식인데 학교 앞에 꽃 장사가 없어서 당황스러웠죠"

이대부속고등학교에 다디는 딸을 둔 A씨(49)는 지난 10일 졸업식장을 찾았다가 낭패를 겪었다. 딸에게 줄 꽃다발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는데 꽃다발을 파는 상인이 자취를 감춰서다.


경기도 고양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을 다녀온 B씨(50)는 '꽃다발 아닌 꽃다발'을 보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B씨는 "대부분 졸업생들이 꽃다발 같은 걸 들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생화가 아니라 사탕이나 비누꽃이었다"며 "비싼 꽃값이 만들어낸 특이한 풍경 같았다"고 말했다.

2월은 학교 졸업식과 밸런타인데이가 겹쳐 꽃 수요가 급증하는 달이지만 최근 치솟은 꽃값에 소비자는 물론 상인들도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추운 겨울에도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꽃을 잘 키우려면 난방으로 적정 온도를 맞춰줘야 한다. 그런데 주요 난방연료인 등유가격과 전기료가 급등하면서 꽃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평균 3만~4만원대이던 꽃다발 가격은 최근 4만원에서 6만원까지 치솟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10일 사이 장미 한 단 평균 경매 가격은 1만1199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455원과 비교해 50% 이상 급등한 것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근처에서 꽃 장사를 하는 한 소매상인은 "노점의 경우 꽃 재고가 남으면 그걸 판매하는 사람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며 "꽃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준비해간 꽃다발을 하나라도 못 팔면 남는 게 없은 장사가 돼 자취를 감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싸진 꽃값으로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는 졸업식 생화 꽃다발을 당일에 그대로 재판매한다는 글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주민은 "꽃다발 6만원에 주문했다. 요즘 생화 진짜 부르는 게 값"이라며 "아침에 잠깐 사진만 찍었고 꽃아래 물주머니 꼼꼼하게 쌓여있으니 내일 아침까지는 싱싱할 것"이라는 글을 중고 사이트에 올렸다. 이 게시물에 올라온 꽃 가격은 2만5000원으로 불과 1시간만에 '거래완료' 됐다.

9일 오후 서울 도봉구 강북 꽃 도매시장 모습. 2023.2.9/뉴스1 ⓒ News1 조현기 기자
9일 오후 서울 도봉구 강북 꽃 도매시장 모습. 2023.2.9/뉴스1 ⓒ News1 조현기 기자

◇ 도매시장 북적이지만···손님·상인 모두 '부담' 여전

시민들이 대안으로 찾는 곳은 바로 꽃 도매시장이다. 실제 서울의 최대 꽃시장인 강북·강남 꽃시장에는 대면 졸업·입학식,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저렴하게 꽃을 구매하러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그렇지만 도매시장에서도 손님들은 예상치 못한 가격을 듣고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9일 오후 찾은 서울 도봉구 강북꽃도매시장 곳곳엔 가격을 흥정하는 소리와 꽃을 다듬는 가위 소리로 가득했다. 이날 상가 지하 1층과 2층에 위치한 각 점포마다 5명~1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일부 점포 앞 복도에는 오전부터 미리 예약한 손님과 당일 찾아온 손님이 겹치면서 긴 줄이 형성되기도 했다.

졸업식 꽃을 사러 왔다는 손님 김모씨(52·여)는 "가격이 지난해보다 거의 20%는 올라 좀 놀랐다"며 "20분에서 30분 정도 기다렸지만 그래도 꽃다발 안고 나오니까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꽃을 사러 온 박모씨(27·여)는 "오늘 사람이 굉장히 많지만 기다려서라도 사갈 예정"이라며 "꽃값이 많이 올랐지만 여기가 도매 시장이라서 저렴하고 신선한 꽃 살 수 있어서 가끔씩 온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오랜만에 느끼는 시장 활기에 들뜬다면서도 꽃가격을 설명할 때면 심란하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한 도매상은 "지난해는 꽃다발이 기본 3만원이었지만 올해는 4만원부터 시작한다"며 "수입 꽃 같은 경우는 환율 때문이고 국산은 가스비, 전기비, 난방비 같은 공공요금 오르면서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인들은 재료비, 생산비가 올라도 손님들 눈치가 보여 값을 제대로 올릴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시들면 가치를 잃어버리는 상품 특성상 재고가 빨리 소진돼야 하기에 물가 상승분만큼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화훼시장의 한 도매상은 "꽃값이 올랐다지만 매출은 작년보다 30~40%는 줄었다"며 "농민들이 꽃을 재배하려면 최소 4달에서 6달은 키워야 하는데 전기값, 기름값은 작년보다 많이 올라서 비싸게 팔고 싶어도 그럼 재고가 생기니까 그럴 수도 없다"고 고충을 말했다. 낮 12시면 이곳의 생화 영업시간은 끝이 나지만 그는 뒤늦게 찾아온 손님들을 기다렸다.

오후 2시반쯤 숨을 헐떡이며 들어온 한 단골 손님은 다음날 중학생 아이 졸업식에 필요한 꽃 2만원 어치를 구매했다. 그는 "지하철역에서 파는 꽃은 여기보다 훨씬 작은데도 다발로 포장돼 있어서 더 비싸다"며 "그래서 좀 늦은 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이 여기로 뛰어왔다"고 말했다.

원주에서 온 한 손님은 "이번주 월요일에도 왔었는데 꽃값이 며칠사이 엄청 올랐다"며 "그날 물었을 때 10송이 묶인 안스륨이 2만원이었는데 오늘 작품 출품날이라 다시 사러 왔더니 한 대에 5000원이 됐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오늘은 한 단에 최저 가격이 1만원짜리도 없고 거의 다 1만5000원이나 2만원대였다"며 "졸업 시즌이랑 맞물려서 이렇게 비싸다는데 아마 이번주 지나면 조금은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을 찾은 시민이 꽃을 고르고 있다.  2023.2.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을 찾은 시민이 꽃을 고르고 있다. 2023.2.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