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재로 천장 일부가 탄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방음터널의 모습. ⓒ News1 |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서울시가 동부·서부간선도로 방음터널 3곳의 터널 소재를 불에 타지 않는 소재로 교체하고 장기적으로는 천장부 등 터널 일부분을 아예 제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등으로 제기된 방음터널의 화재 취약성 해소 차원의 조치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22일 '자동차전용도로 방음터널 방음판 교체공사 실시설계 용역'을 지방공공기관통합공시에 공시했다.
용역은 동부간선도로 수락고가차도 방음터널, 동부간선도로 상도지하차도 방음터널, 서부간선도로 금하지하차도 방음터널 3곳의 재질을 기존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에서 불연성 물질로 교체하는 내용이다.
또한 향후 터널 일부분 제거에 대비해 부분제거 시의 소음 수준 등도 시뮬레이션 측정한다. 용역금액은 총 1억9980만4000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방음터널 화재로 방음터널에 많은 지적이 따랐던 만큼 시행하는 조치"라며 "PMMA 교체까지가 국토부 지침인데, 서울시는 한발 더 나아가 터널을 일부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사로 터널 3곳의 방음판은 기존 PMMA에서 불연성 물질로 교체된다.
PMMA는 아크릴의 일종으로 고온의 열에 취약하다. 지난해 12월 6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은 물론 지난 1월 대구 중부내륙고속도로 방음터널, 지난 18일 광주 무진대로 방음터널 모두 PMMA 재질이었다.
지난 1월31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터널형 방음시설 73곳 중 47곳이 가연성 재질의 방음판이다.
구체적인 교체 재질은 용역 과정에서 결정될 예정이지만 불에 강한 폴리카보네이트(PC) 혹은 강화유리가 유력한 후보다. 이번 용역에 따라 3곳의 터널 내에 추가 대피공간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방음판 교체와 대피공간 확충이 단기적인 안전 확보 조치라면 소음 시뮬레이션은 터널 천장 부분을 아예 제거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장기적 해법이다.
터널 일부 제거는 앞선 방음터널 화재에서 밀폐로 연기 배출이 되지 않았던 문제를 고려한 해법이다. 앞선 제2경인고속도로 등 화재 당시 밀폐된 터널 안을 연기가 순식간에 메운 탓에 상당수 피해자들이 대피하지 못하고 의식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 뒤 이뤄진 국토부의 방음터널 전수조사에 따르면 전국 170개 방음터널 가운데 110개가 이처럼 화재 시 대피와 연기 배출이 어려운 '밀폐형'이다.
시설공단은 이번 용역을 통해 터널의 천장부 개방시 소음수준, 천장부를 개방하고 '저소음 포장'을 적용했을 때의 소음수준 등을 측정한다. '저소음 포장'은 도로 아스팔트를 층별로 달리 포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음을 경감시키는 공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기 배출이 되지 않는 것이 기존 방음터널 주요 위험 요인인 만큼 터널 천장 일부 개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주위 주거시설도 있어 전부 개방할 수는 없지만 저소음 포장과 병행하면 일부 개방은 가능해보인다"고 설명했다.
방음터널 안전 문제는 지난해 12월 말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를 기점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터널 안에서 4중 추돌사고에 이어 발생한 화재가 터널 방음판 등으로 옮겨붙으며 6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 1월 대구 중부내륙고속도로 방음터널, 지난 18일 광주 무진대로 방음터널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화재가 발생하며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졌다.
국토부는 전국 방음터널 전수조사에 이어 지난달 2일 '도로 방음시설 화재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지자체 등에 방음터널 PMMA 재질 교체를 당부했다. 이번에 공사가 진행되는 3곳을 포함해 서울시 소관 방음터널은 총 8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