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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다르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미국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 마크 아그로닌 박사가 신경가소성의 작용으로 노년에 생기는 지혜, 회복탄력성, 창의성을 쉽게 설명한 '지금부터 다르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를 출간했다.
신경가소성은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스스로 신경 회로를 바꾸는 능력을 뜻한다. 아그로닌 박사는 평균 80대 중후반에서 90대 초반까지 고령의 환자들을 진료해왔다.
그는 신경가소성이 작용해 환자들에게서 지혜, 회복탄력성, 창의성이라는 노년의 강점이 생성되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책은 저자의 알츠하이머 임상 연구를 바탕으로 노화 관련한 문헌 및 연구자료 등을 집요하게 연구하고 분석한 결과물이다.
우리는 노화를 늦추기 위해 비싼 노화방지제 같은 것을 구매하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역설적으로 젊음을 되돌리는 비법이 '나이 듦 그 자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노화는 치료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이라는 뜻이다.
저자에 따르면 뇌는 노년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인간의 두뇌는 60세 이후 급증하는 손상·질병·장애를 대비해 계속해서 기능할 수 있도록 일종의 보험에 해당하는 '비축분'(reserve)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 비축분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통해 새로운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한다. 신경가소성은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스스로 신경 회로를 바꾸는 능력을 뜻한다. 저자는 이 새로운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면 '지혜'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지혜'가 생겨나는 이유는 체력과 다른 정신력의 노화 속도 때문이다. 체력은 나이가 들면서 급격하게 감소하지만 정신력은 다르다. 이 때문에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나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 즉 '지혜'라고 부를 만한 능력은 오히려 노년에 들어 더 발달하기도 한다.
'회복탄력성'도 노년에 생기는 정신력의 중요한 현상이다. 인간은 회복탄력성이 생기면 스스로의 능력과 가치, 자존감을 행사하고 증명할 방법을 찾아낸다.
이 능력은 노년에는 두뇌의 감정 조절 중추인 안와내측 전전두피질(orbitomedial prefrontal cortex)이 두려운 감정을 유발하는 영역인 편도체(amygdala)보다 우세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에 노인은 젊은이보다 충동적인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고 스트레스에 노련하게 대처할 수 있다.
'지혜'와 '회복탄력성'이 극대화되면 창의성을 발현한다. 이런 창의성은 이전까지 없던 통찰력이 생겨 젊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꺼렸던 방식을 새롭게 탐색하게 될 결과물이다.
노년에 창의성을 꽃피운 대표적 사례는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다. 그는 병환으로 침대에 누워 생활하면서부터 이전처럼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이후 그는 종이를 오려 캔버스에 배치하는 식의 새로운 화풍을 개발했다.
지혜, 회복탄력성, 창의성이 모든 노인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노년에 부정적인 태도로 남과 담을 쌓고 지내고 완강하게 변화를 거부하는 노인들에게서 이런 능력이 발현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람이 나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신체 기능, 건강, 수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보다 평균 생존율 7.5년 더 길다고 나타났다.
"나이 듦은 우리가 삶에서 성취하는 가장 의미 깊은 일 중 하나다. 나이 듦은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고, 문화와 역사가 흘러갈 수 있게 한다…지금까지 자신을 규정하는 과거의 가치와 미덕을 잘 간직하되, 때로는 손에 쥔 것을 내려놓고 두려움 없이 새로운 빛 안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 지금부터 다르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마크 아그로닌 씀/ 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