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해보험 노동조합이 정상매각을 통해 100%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절박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노조의 장기화 한 투쟁에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달 말 기자와 만난 보험업계 한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한 손보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이미 정상 매각은 어려워졌다"며 "지금은 (MG손보 노조가) 고용 승계율을 높이는 것과 가입자 보호 등 발전적인 방안을 금융당국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기"라며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보험업계에서 MG손보 노조가 이슈다.

이달 28일 금융당국이 예금보험공사와 5대 손보사(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보)로 구성한 공동경영협의회를 출범해 MG손보 계약이전 작업을 본격화 하는 것에 대해 노조가 총파업 카드를 꺼내면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124만여명의 MG손보 가입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MG손보 신규영업을 정지시키고 가교보험사를 통해 기존 계약은 5대 손보사로 옮기기로 했다. 사실상 청산이다.

이에 대해 MG손보 노조는 공식 매각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노조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MG손보 임직원들을 가교보험사로 이동시킨다고 해도 고용을 100% 보장 받지는 못 할 것"이라며 "결국 인력 구조조정을 할텐데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선 정상매각을 추진하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MG손보 노조가 처음부터 금융당국·예보와 협상을 거부했던 것은 아니다.

올해 1월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 의사를 밝혔을 때까지만 해도 MG손보 노조는 금융당국·예보·메리츠화재 경영진 등과 대화에 나서며 매각 후 MG손보가 보유한 계약자들을 유지하고 상품 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메리츠화재가 전체 직원 550명 가운데 10%인 55명만 고용하겠다는 협상안을 제시한 이후 노조는 메리츠화재는 물론 금융당국·예보 측에 반발하기 시작했다.

1947년 국제손해보험으로 시작해 78년 된 MG손보는 살아있는 손해보험 역사 중 하나다.

2000년대 들어서 해운업 불황으로 주력 분야였던 해상보험 수익이 떨어지며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국제화재는 2001년 2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2002년 근화제약이 국제화재를 인수하며 '그린손해보험'으로 출범한 후에도 실적 개선에 실패했다. 이후 2013년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그린손해보험을 인수하며 MG손보로 재탄생했다.

당시 새마을금고는 부실에 빠진 그린손해보험을 정상화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고 2022년 4월 MG손보는 금융위로부터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이후 금융위는 MG손보를 4차례 공개 매각(재입찰 1차례 포함)을 추진했으나 매각 가격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매각에 이르지 못했다.
2023년 금융위는 MG손보를 예금보험공사에 위탁해 매각을 추진한 가운데 올해 1월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자로 나섰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노조가 총파업을 진행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노조 총파업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보험 가입자들도 생각해야 한다.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전산시스템 구축 등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기 때문에 가교보험사 설립이 사실상 지연된다.

여기에 사고 접수, 보험금 청구 등 기본 보험 업무도 중단돼 MG손보 계약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보험 계약자 피해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노조는 대화로 발전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머니S 경제금융부 전민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