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생들에게 모욕과 무시를 당했다는 교사들의 하소연이 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학생들에게 모욕과 무시를 당했다는 교사들의 하소연이 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 인천 소재 중학교 교사인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목격했다. 본인의 학급에 속한 한 학생이 수업시간 중 휴대폰을 사용한다고 지적한 다른 교사에게 심한 욕설을 내뱉은 것이다. 하지만 욕을 들은 교사가 기간제인 점, 휴대폰을 무력으로 뺏으려 한 점 등을 고려해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처벌은 교내 청소 수준에 그쳤다.

#2. 중학교 교사 B씨는 담배를 피우는 학생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했다. 등교 전, 학교 일과 중, 하교 후 계속해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을 아무리 훈계하고 선도위원회를 열어도 학생은 신경조차 쓰지 않기 때문. 처벌도 교내 청소와 봉사가 전부다.


오늘날 교사들은 교권 추락의 현실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이들이 더 무력감을 느끼는 부분은 학교가 교권 침해에 엄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점이다. A씨는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모든 훈육·훈계·중재·상담 등이 아동학대와 연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는 체벌이 불가능한 점과 민원 제기가 가능한 점 등을 이용해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방해한다. 반면 오히려 공교육 교사의 태도에 아쉬움을 느끼는 학생과 학부모도 많았다.

"교권 떨어진 지 오래"… 5년 못 채우고 퇴사하는 교사들

온라인 커뮤니티엔 '교권 침해'를 경험한 교사들의 경험담이 다수 게재됐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엔 '교권 침해'를 경험한 교사들의 경험담이 다수 게재됐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교단을 떠나는 젊은 교사가 늘고 있다. 최근 1년간 퇴직한 근속 연수 '5년 미만' 국·공립 초·중·고 교원은 589명에 이른다.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어렵게 교사가 된 이들이 교단을 떠나는 이유는 교권 침해와 무차별적 민원 세례에 환멸을 느껴서다.


지난달 10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교권 보호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520건으로 2016년(572건) 이후 가장 많았다. 교총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최근 1년 사이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교사는 10명 중 9명(87%)에 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어렵지 않게 교권침해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수업 중 교사의 눈에 레이저를 쏜 학생부터 아무렇지 않게 성희롱적 발언을 내뱉는 학생까지 매우 다양하다. 피해를 본 교사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다" "내가 이런 취급을 받으려고 교사 됐나" 등 무력감과 충격을 호소했다.

문제학생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현직 교사들은 교내 봉사 정도가 최대 처벌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등학교 교사 C씨는 지각이 잦은 학생을 지적하면 '죄송합니다' 대신 욕설이 돌아온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또한 처벌이 쉽지 않으며 "교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대 처벌은 교내 봉사"라고 밝혔다.

교사 D씨 역시 조례시간에 따로 불러서 주의를 주는 게 끝이라고 전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주는 처벌 자체가 약하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켜도 크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교사 F씨는 "벌을 줘도 학교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출석정지 중에서 진행된다"며 회의감이 든다고 씁쓸해 했다.

"업무 많아 수업 준비 힘들어"… 주말에도 학부모 연락받아

많은 교사가 학부모로 인한 교권 침해를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많은 교사가 학부모로 인한 교권 침해를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교사들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 지도와 수업 연구에 시간을 더 투자하고 싶어도 잡무 때문에 여유가 없다고 토로한다. 서울시 소재 고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교과 내용 연구나 수업 자료 개발에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다"며 행정 업무가 너무 많다고 털어놨다.

다른 고등학교 교사 정모씨도 "행정업무와 담임업무를 분리해 업무 배정을 하지만 학급 수가 적은 학교는 교사 수가 적어 행정업무가 과다하다"고 밝혔다.

학교 측이 교사에게 가하는 압력도 언급했다. 정씨는 "학교에 민원이 들어오거나 학생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상황을 원만하게 해결할 것을 보이지 않게 종용한다"며 학교에서 교권을 보장하지 않는 현실을 비판했다.

뿐만 아니다. 교사들은 시도 때도 없는 학부모의 연락에도 몸살을 앓고 있다. 그들은 퇴근 후, 심지어 주말에도 학부모의 문의사항을 해결해줘야 한다.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는 "학부모가 아무 때나 문자나 카톡으로 문의·건의사항을 전한다"며 "퇴근 후나 주말에 문자를 받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생활지도에 따른 민원이 거듭 들어와 훈육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학부모에 의한 피해'는 교권 침해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교사들은 '아동학대'를 빌미로 한 학부모의 고소 협박과 신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3년차 교사인 E씨는 지난해 "선생님이 공평하지 않으면 직접 뺨 때리러 가겠다"거나 "담임으로서의 자질이 맞는지 녹음본을 교육부에 넘기겠다" 등의 협박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창의성 떨어지는 교사… 학생 문제는 방관만"

학생과 학부모는 학생 지도에 무심한 교사에게 아쉬움을 표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학생과 학부모는 학생 지도에 무심한 교사에게 아쉬움을 표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렇다면 학부모 입장에서 본 교사의 모습은 어떨까. 중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씨는 교사의 사명감을 지적했다. 이씨는 "창의성,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 같고 퇴임을 앞둔 교사들은 열정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학부모 정모씨 역시 교사가 학생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경험해 보니 어떤 교사는 학생들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방관하더라"라며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직업인으로서의 교사 역할만 한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공교육 교사들이 교육에 대한 긴장감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학부모는 자녀의 학교 미술교사 사례를 언급했다. 그 교사는 수업시간에 10분 정도만 내용을 설명하고 나머지 시간엔 매번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즐긴다. 학생들이 그림을 그릴 때 봐주지도 않는다. 해당 교사는 수행평가 감독으로 들어와서도 유튜브를 시청하고 맨 앞에 앉은 학생 책상 위에 발을 올리기도 했다.

학부모 F씨는 "사교육 선생님들에 비해 수업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공교육에 종사하는 선생님들은 그냥 이 상황에 적응하고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이들이 학교만 다녀도 배움을 익히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학생들 역시 교사의 무심함에 아쉬움을 표했다. 고등학생 G양은 "담임선생님이 학급 일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걸 싫어한다"고 말했다. H양도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학교 수업으로는 부족하다"며 "같은 내용이어도 인터넷 강의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이 더 잘 가르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