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으로 물류 관련 매출이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대구시에 위치한 쿠팡 풀필먼트 센터의 모습. /사진=쿠팡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으로 물류 관련 매출이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대구시에 위치한 쿠팡 풀필먼트 센터의 모습. /사진=쿠팡

◆글 쓰는 순서
①"키는 크로스보더"… 해외 직구에 요동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②이커머스 성장에 덩달아 웃은 물류… 봄날 계속될까
③알리에 1688까지… 한국 잠식하는 '왕서방 플랫폼'


국경 없는 이커머스 경쟁으로 온라인 거래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물류가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상 고객의 '문 앞'에 도달하는 서비스의 종착점이기 때문이다. 소요 시간은 물론 이동 시 제품의 상태와 파손 여부, 정확한 주소지 배송 등 고객이 체감하는 서비스 중 적지 않은 부분이 배송에 포함된다.
이커머스 업계는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제품을 배송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최고의 물류 파트너 찾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서비스로 이커머스 물류 강자 굳히기

현재 한국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 1위 기업은 단연 CJ대한통운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2023년 매출 11조7679억원, 영업이익 4802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6.6%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사업부문이 실적을 견인했다. 택배·이커머스 사업에서 도착보장 기반 서비스 경쟁력 강화, 패션·뷰티 등 전문 카테고리 물량 확대에 힘입어 매출 3조7227억원, 영업이익 2461억원을 기록했다.

CJ대한통운이 네이버, 알리익스프레스(알리) 등 국경을 막론하고 이커머스의 물류 강자로 자리 잡게 된 비결은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다. 풀필먼트란 상품 보관은 물론 고객 주문에 따른 출고와 배송, 재고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통합물류 서비스를 뜻한다. 택배사에서 전 과정을 통합해 관리하기 때문에 판매자는 물류 관리 부담이 줄어든다.


CJ대한통운은 2020년 곤지암센터에서 풀필먼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군포·용인 등 전국 9개 물류거점에 풀필먼트 센터를 차례로 열었다. 지난해 말 기준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커머스 업체는 1071개다. 전년도 250여개 대비 4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풀필먼트 서비스의 흥행에 탄력을 받아 '도착보장' 서비스도 추가됐다. 약속한 예정일 배송을 보장하고 지연 시에는 일정 금액을 보상해 주는 서비스다. 도착보장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기본 택배 운임에 추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빠른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를 더 많이 유입시킬 수 있기에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된다. 판매자와 소비자, 물류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3자 윈윈 서비스인 셈이다.

CJ대한통운은 여기에 더해 2021년 로봇·AI(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을 통해 혁신 기술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이후 물류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TES물류기술연구소' 규모를 2배 이상 키우는 등 물류 자동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상품을 작업자 앞으로 가져다주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와 상품 사이즈에 맞는 상자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스마트 패키징 시스템 등도 도입했다.

CJ대한통운은 자체 서비스 개발 외에도 네이버와 지분 교환을 통한 물류 동맹, 알리와의 파트너십, 글로벌 물류센터 구축을 통한 해외 진출 등으로 수익성 다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알리가 소문대로 국내에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하더라도 라스트 마일 서비스(물류의 마지막 단계인 대 고객 배송)는 여전히 CJ대한통운이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 로켓그로스로 쿠세권 늘리며 유통업계 1위 올라서

쿠팡은 ‘로켓배송’ 가능 지역인 '쿠세권'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등 물류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로켓프레시로 신선식품을 배송받은 쿠팡 이용자 연출 이미지. /사진=쿠팡
쿠팡은 ‘로켓배송’ 가능 지역인 '쿠세권'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등 물류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로켓프레시로 신선식품을 배송받은 쿠팡 이용자 연출 이미지. /사진=쿠팡

CJ대한통운이 물류업체로서 이커머스와 파트너십을 공고히 했다면 쿠팡은 반대로 이커머스 업체로서 자체 물류에 투자한 경우다. 쿠팡은 지난해 수십년간 부동의 1위였던 이마트를 넘어서며 명실공히 유통 최강자로 등극했다. 여기에는 십수년 동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을 들어가면서도 물류에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 큰 역할을 했다.

기존 오픈마켓형 이커머스 업체들이 대부분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 그쳤던 것에 반해 쿠팡은 상품을 직매입해 배송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은 물론 물류 경쟁력까지 갖추는 방식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지금도 쿠팡의 전체 매출 중 90%가 직매입에서 발생한다.

쿠팡의 핵심 경쟁력은 '로켓배송'이다. 창립 후 6조2000억원가량을 전국 물류망 구축에 투자해 이른바 '쿠세권'(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2022년에는 아시아권 최대 풀필먼트센터 중 하나인 대구FC 건립을 위해 3200억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축구장 46개에 달하는 면적에 AI, 물류 로봇 등이 접목된 최첨단 물류 기술과 설비를 대거 투입했다.

직매입 외에 플랫폼에 입점한 일반 판매자들을 위해서는 지난해 3월 로켓그로스를 도입했다. 중소상공인들이 상품을 입고하면 쿠팡이 보관, 포장, 재고관리, 배송, 반품, 고객 응대까지 모두 도맡는 풀필먼트 서비스다. 로켓그로스를 이용하면 소상공인 제품도 당일·익일 배송이 가능하다. 지난해 기준 1만2000명 이상의 판매자가 로켓그로스 파트너가 됐는데 그중 절대다수가 소상공인이다.

올 1월에는 로켓그로스를 론칭한지 10개월 만에 일부 신선식품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 쿠팡 측은 "신선식품 판매자들은 일반 공산품이나 생필품과 달리 영세한 중소 영농인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대부분 택배 운영 인력이나 자체 마케팅 노하우가 부족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며 "로켓그로스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물류창고에 제품을 입고만 하면 CFS가 원스톱으로 물류를 책임지기 때문에 소량, 심지어 상품 1개도 입고할 수 있어 중소상공인과 영농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러한 투자와 노력의 결실이 마침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쿠팡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23조1767억원, 영업이익은 4448억원이다. 특히 3분기 매출만 8조원을 돌파하면서 업계에서는 연 매출 30조원을 넘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 물류와 판매 플랫폼 모두 접수한 큐텐, 알리 대항마 될까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에서 운영하는 큐익스프레스 디지털 파트너 센터. /사진=큐텐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에서 운영하는 큐익스프레스 디지털 파트너 센터. /사진=큐텐

큐텐이 미국 플랫폼 위시를 인수한 것도 크게 보면 물류를 위한 투자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사장이 설립한 싱가포르 기반의 커머스 플랫폼 큐텐은 지난 13일 위시 인수로 단번에 한국계 기업 최초의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로 발돋움했다. 위시는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33개 언어로 서비스 중인 미국의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큐텐은 이번 인수를 통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북미와 유럽 지역의 고객은 물론 남미, 아프리카를 포함한 광범위한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게 됐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위시가 44개국에 통합 물류 솔루션 바탕의 4자물류(4PL)를, 16개국에는 3자물류(3PL)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3자물류란 물류 전문 업체가 상품 제조사 또는 판매자의 재고관리와 상품 출고, 배송을 도맡아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4자물류는 기존 3자물류에 첨단 시스템을 적용해 주문 처리와 고객 응대 등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큐텐은 위시를 인수함으로써 세계 각국 판매자들이 국경을 넘어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글로벌 물류 분야로도 사세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큐텐은 기존에도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통해 국내 판매자에게 해외 판매 기반을 제공해 왔다.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에 입점한 판매자는 큐익스프레스의 풀필먼트 서비스인 'Qx프라임'을 이용해 국내외 통합배송과 글로벌 물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경기도 이천에 연면적 3만3000㎡ 규모의 물류센터 'QDPC이천'(Qxpress Digital Partner Center)을 열고 서비스를 확장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큐텐이 위시 인수로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한 만큼 세계적인 크로스보더 업체인 아마존, 알리 등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