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법적 대응이 본격화된 가운데 입점 판매자(셀러)들도 피해보상을 촉구하면서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소비자와 셀러라는 양대 축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쿠팡이 구축한 플랫폼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지난 4일 입장문을 내고 "고객들의 탈쿠팡(탈팡) 러시로 쿠팡 입점 소상공인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며 소상공인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신뢰도 하락도 우려된다"며 "유출된 개인정보를 활용하면 소상공인들의 고객 정보에도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 영업 내역 유출도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쿠팡에 사과 및 매출 손실 등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 대책 수립,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면 집단소송 등 법적 분쟁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소공연은 "이번 사태로 소상공인들의 영업 내역 관련 해킹 피해가 발생하면 쿠팡 입점 소상공인, 쿠팡 개인정보 유출 피해 소상공인들을 망라해 집단 소송을 조직하는 등 피해 보상과 권익 보호를 위해 앞장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쿠팡과 거래하는 소상공인은 2023년 기준 23만명, 거래금액은 약 12조원이다. 쿠팡이 발매한 '2025 임팩트 리포트에 따르면 셀러의 약 75%가 중소상공인이다. 쿠팡이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해 쿠팡 책임하에 판매하는 직매입 방식의 거래가 많아 단기적인 피해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탈팡'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납품 업체들의 연쇄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셀러들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보도된 이후부터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오픈카톡방 등 주요 커뮤니티에는 "열흘째 매출 박살이다. 사실상 영업 정지 수준" "이 정도로 영향이 클 줄 몰랐다. 역대급 하락" 등의 피해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에 개설된 집단소송 준비 카페만 40여개 이상이며 이 중 세 곳은 가입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일부 피해자들은 이미 법무법인을 선임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거나 집단 분쟁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2016년 인터파크의 개인정보 유출 사례 등 기존 판례를 감안하면 이용자들은 1인당 10만원가량의 배상액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쿠팡의 총 배상액은 최대 3조원으로 예상된다.
이철우 IT 전문 변호사는 "집단 분쟁 조정 신청 과정에서 기존 판결에서 인정하는 배상액은 10만원 선이었다"며 "이번에는 개인통관고유부호나 공동현관 출입 비밀번호 등 더욱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배상액이) 기존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셀러 동시 이탈 '악순환'… 쿠팡 대응이 관건
소비자와 셀러가 모두 등을 돌리면서 그동안 쿠팡이 구축해 온 플랫폼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 불안감에 고객이 이탈해 주문량이 감소하고, 매출 하락을 견디지 못한 셀러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판매 상품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업계의 관심은 쿠팡의 후속 대처에 집중된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지난 3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피해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보상 대상과 방식, 시기에 대해선 "피해 규모와 경위를 조사 중인 만큼 단정할 수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용자 규모가 떨어지면 매출이 줄고, 그러면 셀러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악순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적극적으로 논란을 진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팡 입장에서도) 와우회원이 빠져나가면서 쿠팡으로 들어오는 멤버십 회비가 줄어들고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쿠팡의 대응이 앞으로 추가 피해 규모를 결정지을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