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이탈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3차 병원을 응급·중증 환자 위주로 개편하고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 중 하나인 '걸어 들어오는 환자'(워크인)의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을 제한한다는 정부의 방침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뉴시스에 따르면 정부의 '응급실 이용 제한 기준'에 대해 한 응급의학과 A 전문의는 "도보 내원 환자라고 해서 모두 경증 환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신고받아 119 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하거나 병원 간 이송하는 경우만 대학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환자가 스스로 응급실을 찾아올 경우 경증으로 판단해 지역 응급실로 돌려보낸다는 방침이다.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19 구급대로 이송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응급실을 이용하는 전체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45.3%에 그쳤다. 응급실을 이용하는 전체 급성 뇌졸중 환자의 53.8%만이 119 구급대를 통해 응급실로 옮겨졌다. 응급질환 중 하나인 급성 심근경색·뇌졸중 환자의 절반가량이 응급실을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A 전문의는 "도보 내원 환자라고 해서 모두 경증 환자가 아니다"라며 "급성 심근경색증, 대동맥 박리, 급성 뇌졸중, 패혈증 쇼크 등 중증 응급 환자가 자가용이나 택시 등을 이용해 도보 내원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119 구급대에 경증 환자의 응급 신고가 폭주해 오히려 중증 응급·외상환자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A 전문의는 "도보 내원을 무조건 제한하면 너도나도 119 구급대에 응급 신고를 해 대형병원 응급실로 가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증 환자가 대형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의료시스템을 제대로 확립하려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A 전문의는 "119구급대가 이송해도 Pre-KTAS(119구급대가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는 체계)가 4, 5등급이고 응급실도 같은 등급으로 판단한 환자에 대해 본인 부담률을 인상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며 "비응급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진찰료 수가를 별도로 만들어 추가 부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