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사 사무소 모습./사진=뉴시스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사 사무소 모습./사진=뉴시스

평범한 직장인이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면 몇 년이 걸릴까. 국토교통부의 '2022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자가 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Price Income Ratio)은 15.2배다. PIR은 주택 가격의 중간값을 가구 연소득 중간값으로 나눈 수치다.

한국인의 개인당 중위소득이 3174만원(2021년 기준)임을 고려하면 세후 약 240만원의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 동안 꼬박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생필품도 사고 가끔은 여행도 가야 살맛이 나다 보니 월급만 모아서 자가를 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축 분양가는 하루하루 고공행진 중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동시에 인상된 영향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조사 결과 지난달 서울의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787만4000원으로 전월 대비 1.99%, 전년 동기 대비 24.18% 올랐다. 이른바 '국민 평수'로 불리는 전용 84㎡ 기준으로 분양가는 11억원을 훌쩍 넘는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이 "분양가는 오늘이 제일 싸다"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정대상지역 주택가격이 9억원 이상일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30%만 적용된다. 서울에서 신규 분양되는 국평 아파트를 사려면 현금으로 최소 7억원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겐 어림도 없는 돈이다. 정작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의 대다수가 20·30세대 청년 가구(79.2%)와 신혼부부 가구(92.0%)다.

청년층의 주거불안은 정부와 정치권의 다양한 정책 지원과 노력에도 해결하지 못한 사회 문제다. 주거 안정성을 추구하지만 현실의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 청년에게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에서 출발한 게 아파트 특별공급이다. 일반공급과 청약 경쟁 없이 주택 분양을 받을 수 있는 대신 무주택 여부나 소득 기준, 혼인 여부 등 자격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그동안 수많은 신혼부부와 청년 가구가 특공 혜택을 받아 보금자리를 갖는 데 성공했다. 상황이 바뀐 건 지난해 1월 특공 분양가 9억원 규제가 폐지되면서다. 고분양가 탓에 수도권 특공 물량이 소형 주택에 한정된다는 지적이 반영된 결과다. 강남 등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큰 주요 입지의 특공은 자산가들을 위한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됐다.

올 초 진행된 서울 광진구 '포제스 한강' 84㎡(이하 전용면적)는 32억~44억원에 분양됐다. 그럼에도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특공이 진행됐다. 중산층 청년이 부모의 도움이나 로또 당첨이 없이 10%의 계약금도 마련하기가 힘든 액수다. 서초구 '메이플 자이' 또한 신혼부부 특공이 있었지만 59㎡ 분양가가 17억원대다. 취득세와 옵션 비용 등을 합하면 더 큰 자금이 필요하다.

사회초년생들은 특공을 이용해 강남에 살아선 안된다는 법은 없다. 문제는 특공 제도가 내 집 마련 주거 사다리의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다. 면적 제한의 목소리를 수용하면서 고가 주택에 대한 고민 없이 법령부터 바꿔버렸으니 '금수저' 논란이 필연으로 따라오게 된다.

특공이 대다수의 청년에게 바라만 봐야 하는 '신 포도'가 돼선 안 될 일이다. 특공의 취지를 이해한다면 내 집 마련이 간절한 청년층을 위한 고민을 다시 해야 할 때다.
[기자수첩] 금수저 전유물 된 특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