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안전연구원 내 충돌 테스트 시설에서 전기차 안전 평가가 진행됐다.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 전원이 차단되는지를 먼저 체크해야 한다. /사진=박찬규 기자
자동차안전연구원 내 충돌 테스트 시설에서 전기차 안전 평가가 진행됐다.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 전원이 차단되는지를 먼저 체크해야 한다. /사진=박찬규 기자

자동차의 성격이 달라지면서 그에 따른 안전 평가를 위한 새로운 기준도 마련되고 있다. 국내 대표 안전 평가 기관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으로 신차 안전도 테스트를 비롯, 각종 기술을 검증한다. 현재는 자율주행과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교통사고에 의한 손실을 줄이고 소비자 보호에 의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연구원으로 1987년 설립됐다.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는 국내 유일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건설기계의 안전 결함을 밝혀내는 제작결함 조사업무도 수행한다. 자동차 제조사의 자발적 리콜 외 건은 연구원 조사가 바탕이 된다.


자율주행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2018년 경기도 화성 연구소 부지에 자율주행실험도시를 표방한 K-시티(city)를 구축했고 꾸준히 업그레이드 중이다. 2022년엔 광주에 친환경차 인증센터를 통해 배터리 안전을 연구 중이며, 2023년부터는 전기차 배터리 충격 테스트를 비롯해 평가 항목을 추가하며 글로벌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안전, 까다로운 시험평가로 챙긴다

배터리시험실에서 배터리 낙하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자동차안전연구원
배터리시험실에서 배터리 낙하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자동차안전연구원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최근 주안점을 둔 핵심 평가는 전기차 배터리 낙하 및 충돌 테스트다. 연구원은 배터리 안정성 평가시험 12개를 추가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테스트는 4.9m 높이에서 배터리를 떨어뜨린 뒤 화재 발생 여부를 살피는 것이다. 이는 전기차가 주행하며 과속방지턱으로 인해 하부에 충격을 받거나 배수로에 차 바퀴가 빠지는 상황을 가정한다.

전기차 충돌 안전 평가도 진행한다. 정면충돌, 부분정면충돌, 측면충돌, 기동측면충돌, 대형승합차 전복(차량이 뒤집어진 상태), 정적(정지상태) 전복 등 다양한 사고를 가정한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이 같은 테스트를 통해 신차안전도평가(KNCAP)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연구원은 정차한 전기차를 시속 48km로 후방 충돌하는 테스트를 공개한 바 있다. 테스트를 통해 배터리 파손 여부나 절연저항 상태를 확인한다. 만약 사고 후에도 절연 상태에 문제가 있다면 구조자가 감전되는 등 2차 위험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사진=자동차안전연구원
/사진=자동차안전연구원

비나 안개 상황을 가정해 각종 주행보조 장치나 자율주행 기술의 성능을 검증하는 시설도 가동 중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시간당 80mm 강우나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수준의 안개 상황도 연출할 수 있다. 차가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해를 끼치는지, 반대로 차가 전자파 영향으로 오작동을 내는지 시험하는 공간도 갖췄다.

'자기인증 적합조사'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시행 중인 '자기인증제도'를 보완하는 것이다. 자기인증제도는 제작사의 자율성을 높이면서 인증에 필요한 시간 등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인이 결함을 밝히기 어려운 만큼 기관이 직접 이를 검증하고 있다.
전자파 적합성 시험실 내부 /사진=자동차안전연구원
전자파 적합성 시험실 내부 /사진=자동차안전연구원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소비자 신고에 대한 현장·결함조사 이행 강화로 리콜 및 무상수리를 유도한 건 2023년 36건에서 올해 45건으로 늘었으며 자기인증적합조사 전기차도 지난해 5종에서 올해 9차종으로 확대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직원 230여명 중 60% 이상 인력이 연구교수직이다. 이들은 자율주행차 상용화 연구 및 지원을 비롯해 미래형자동차 안전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엄성복 자동차안전연구원장은 "자기인증적합조사는 물론 자율주행장치와 배터리 화재 등 자동차 결함에 대한 사고조사 대응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신속한 결함조사를 시행해 전기차 등 첨단 미래형 자동차도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