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향방이 주목된다. 한미약품 본사.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향방이 주목된다. 한미약품 본사.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그룹 대주주 4자 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킬링턴 유한회사) 측과 오너 일가 형제(임종윤·종훈) 측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최근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제안한 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다.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분쟁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전날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임시 주총을 진행했다. 상정된 안건은 이사 박재현·신동국 해임의 건과 이사 박준석·장영길 선임의 건이었다. 이사 박재현·신동국은 4자 연합 측, 이사 박준석·장영길은 형제 측 인사로 분류된다. 이번 임시 주총은 형제 일원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이끄는 한미사이언스 주도로 진행됐다.


임시 주총은 4자 연합 측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사 박재현·신동국 해임의 건이 각각 출석 주주의 53.62%, 53.64%의 동의를 받는 데 그치며 부결되면서다. 이사 해임의 건은 특별 결의로 출석 주주 3분의 2가 동의해야 가결된다. 이사 해임안 가결을 전제로 하는 이사 박준석·장영길 선임의 건은 자동 폐기됐다.

이번 임시 주총에 따라 한미약품 이사진을 형제 측 6인, 4자 연합 측 4인으로 재편하려던 형제 측 계획은 좌절됐다. 기존 이사 해임 및 신규 이서 선임이 무산되면서 한미약품 이사진은 기존과 같은 4자 연합 측 6인, 형제 측 4인으로 유지됐다.

"불필요한 갈등 말아야"… 분쟁 소강상태 국면 진입

지난 19일 진행된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 현장. /사진=김동욱 기자
지난 19일 진행된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 현장. /사진=김동욱 기자

임시 주총이 마무리되면서 당분간 경영권 분쟁이 잠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4자 연합 측과 형제 측 모두 추가 갈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4자 연합 측 인사로 분류되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임시 주총 후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람이 분쟁을 종식 시키는 게 회사 방향성에 좋지 않겠느냐고 걱정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죄송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모적인 것보다는 조금 더 회사가 발전해 나가는 방향으로 전력투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대표도 한미약품 임시 주총 후 입장문을 통해 "어느 누구도 더 이상 불필요한 갈등과 반목을 초래하거나 그룹 근간을 흔드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경영진과 임직원은 부디 모두가 각자 본분에 맡는 역할에 집중해 최근 혼란 국면이 기업가치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이사 임기 만료… 정기 주총서 '재대결' 전망

지난달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지난달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4자 연합 측과 형제 측의 분쟁은 소강상태를 겪은 후 내년 3월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정기 주총을 앞두고 재발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해당 주총에서 기존 이사진 일부의 임기가 만료되는 점을 감안, 이사 선임을 두고 갈등할 것이란 의견이다.

내년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는 4자 연합 측 이사 3명(신유철·김용덕·곽태선)의 임기가 만료된다. 4자 연합 측이 이사회에서 영향력을 갖추기 위해선 임기 만료로 생긴 공백을 모두 자신의 측근으로 채워야 한다. 형제 측의 경우 1명의 신규 이사만 측근으로 선임하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은 4자 연합 측 5인, 형제 측 5인으로 양분된 상태다.

한미약품도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4자 연합 측 이사 1명(황선혜)의 임기 만료가 예정됐다. 형제 측이 해당 자리를 자신의 측근으로 임명하면 한미약품 이사회 구성을 5대5 동률로 만들며 회사 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임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약품 이사회는 2025년과 2026년에 걸쳐 인적 교체가 이뤄지는데 저에 대한 이사회의 신임이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며 한미약품 이사회 장악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그러면서 "이사회 지원을 바탕으로 지금보다 안정된 경영 환경을 구축하고 책임 경영을 모토로 신임받을 수 있는 글로벌 한미그룹을 만들 것"이라며 경영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