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증시 불황으로 10대 증권사에 제기된 민원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사진=뉴스1 김성진 기자
지난해 국내 증시 불황으로 10대 증권사에 제기된 민원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사진=뉴스1 김성진 기자

지난해 10대 증권사 민원건수가 직전년도보다 2.6배(16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 불황에 따른 펀드 등 금융상품 수익률 부진으로 관련 민원을 제기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결과다.

사모펀드와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의 불완전판매 사태 등의 여진도 이어지면서 투자자 신뢰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점도 요인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키움·삼성·KB·신한투자·메리츠·하나·대신증권)의 전체 민원건수는 전년 대비 163.8% 증가한 1686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머니S 김은옥 기자
./그래픽=머니S 김은옥 기자

특히 펀드와 ELS 등 금융상품 판매 관련 민원이 4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증시 불황으로 펀드 수익률이 부진했던 가운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불완전판매'로 제기한 민원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2023년 말부터 시작된 홍콩H지수 ELS 사태에 따른 민원이 이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증권사는 ELS 발행으로 판매 수수료를 챙기고 기초지수가 상승해 조기상환에 성공하면 매매이익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2023년 하반기 홍콩H지수가 하락하면서 조기상환 조건에 미치지 못했고 손실로 인해 ELS 재투자도 어렵게 되면서 발행 규모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이후 투자자들은 ▲ 원금 보존을 요구하는 투자자에게도 ELS에 가입하게 한 점 ▲ 판매 직원이 고령투자자 대신 가입절차를 진행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불완전판매'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개인투자자 대상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 총 17조3000억원 가운데 증권사 판매 잔액은 2조9000억원이었다. 또한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 발생에 따른 불완전판매 민원도 지난해 10대 증권사 민원이 늘어난 데 영향을 미쳤다.

펀드가이드에 따르면 1월 31일 기준 해외 부동산펀드 310개 중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펀드는 68개였다. 실제 지난해 KB증권과 하나증권 등은 미국 뉴욕 맨해튼 소재 호텔에 투자한 사모펀드 손실로 일부 투자금을 배상했다.

지난달 한국투자증권은 벨기에 오피스 펀드에서 발생한 전액손실로 투자자와 배상 규모와 관련해 협의 중이다. 지난해 민원건수가 100건 이상을 넘은 곳은 한국투자증권(715건)과 미래에셋증권(222건), KB증권(159건), 신한투자증권(150건), NH투자증권(127건), 삼성증권(111건), 하나증권(108건) 등 7개사였다.

대형사들의 펀드·홍콩 ELS 등 금융상품 취급 비중이 크다는 특성상 일부 증권사들에 민원이 몰렸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민원건수는 전년 대비 879.4% 증가했으며 KB증권은 253.3%, 미래에셋증권은 177.5%, NH투자증권은 149% 증가하는 등 10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 불황으로 관련 금융상품 수익률 부진으로 투자자와 증권사간 민원이 증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