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는 신고가를 경신하며 자산가들의 '똘똘한 한채' 선호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 청담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의 초강도 대출 규제로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는 신고가를 경신하며 자산가들의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초고가 아파트 'PH129' 전용 274㎡가 최근 190억 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해 12월 동일 면적 거래가(138억원) 대비 52억 원 오른 금액이다. 해당 단지는 배우 장동건·고소영 부부, 골프선수 박인비, 스타 강사 현우진, 가수 지코 등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연예인·스포츠 스타 거주지'로 주목받아 왔다.


서울 주요 강남권 주요 지역에서도 상승세를 보인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 전용 171㎡는 지난 16일 100억 원에 거래됐다. 지난 4월 동일 면적 거래가 90억2000만원보다 10억 가까이 높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 84㎡(4층)는 이달 33억원에 손바뀜돼 지난달 10층 매물(30억5000만 원)보다 2억5000만원 뛰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82㎡도 45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처럼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는 대출 규제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은 채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

'6·27 부동산 대출 규제는 수도권·규제지역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다. 기존 15억 이상 대출이 가능했던 강남·서초 아파트도 이제는 6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강남구(평균 시세 약 30억5000만 원) 아파트를 사려면 최소 24억 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신혼부부나 청년층 실수요자에게는 사실상 '진입 불가' 장벽으로 작용한다.

실수요자 거래 급감… 공급 대책이 필요한 시점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이달 1~24일 수도권에서 생애 첫 집을 마련한 무주택자는 1만4624명으로 전월 같은 기간 대비 11% 감소했다. 서울은 5122명에서 3765명으로 27%나 급감했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는 14억6000만 원이지만, 6억원 대출 한도로는 8억6000만 원의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인기 지역은 여전히 현금 부자의 수요가 집중되고, 인기가 낮은 지역은 집을 사거나 파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를 억제하기보다, 실수요자 중심의 중저가 시장 위축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강남권 주요 입지는 현금 부자의 수요가 높아 대출 규제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단기적으로 거래 절벽과 일부 가격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근본적인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으면 집값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대출 규제만으로 장기적 집값 안정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금융 규제보다 지속할 수 있는 공급 확대로 도심 내 재건축·재개발 물량의 속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