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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서울=뉴스1) 정재민 이밝음 윤주현 김민재 기자 =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4일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께 사과하고 심경을 밝혔다면 국민들이 훨씬 더 대통령을 이해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지만 윤 대통령은 고개를 돌렸다.
"사실 尹 돕고 싶었다"…尹 '싹 다 잡아들여' 지시 인정
홍 전 차장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윤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건의한 것에 대해 "사실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날 밤 여의도 국회에서 일어난 일들은 방송을 통해 전 국민이 드라마나 영화 보듯 지켜봤다"며 "계엄군이 철수하고 계엄이 해제된 모든 것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할 순 없겠다 싶어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로 다가오겠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전화로 "싹 다 잡아들여"라고 지시한 것을 인정하며 "말뜻 그대로 이해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국회 측 대리인이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는 취지로 말했는가"라고 묻자 "그렇게 기억한다"고 했다.
또 "당시 통화 내용으로 보면 구체적 대상자, 목적어를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뭔가 잡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누굴 잡아야 한다는 부분까지 전달받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에게 누굴 잡으란 말이냐고 물어보진 못했다"고 밝혔다.
"체포 명단 듣고 '뭔가 잘못됐다'", "14~16명 정도 됐다"
홍 전 차장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주요 인사 체포자 명단을 듣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 측 대리인이 '여 전 사령관이 사용한 워딩이 체포조가 맞나'라는 질문에 "맞는다"고 답했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이 발언한 체포 대상자 명단을 메모지에 받아 적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통화한 뒤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10여 명의 체포 명단을 직접 들었다는 것이다.
홍 전 차장은 "14명이든 16명이든 또박또박 다 적을 수 있는 상황 아니었고 적다 보니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뒤에 있는 부분들은 반 정도 적다가 추가로 적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기억을 회복해서 14명, 16명 정도가 됐나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명단을 받아보니 방첩사의 군대 내 간첩단 사건을 지원하는 것이란 당초 판단과 달랐다고 부연했다.
홍 전 차장은 "지금도 이런 분들 체포·구금해서 조사하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간첩 얘기 나온 적 없다", "조태용, 12월 3일 후 다른 분"
그는 윤 대통령이나 여 전 사령관과의 통화에서 "간첩 이야기는 나온 적이 없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이 간첩을 잡아들이라는 지시했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홍 전 차장은 조태용 국정원장을 두고는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조 원장에게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 등을 보고했지만 조 원장은 "내일 얘기하자"고 했다고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은 "이게 내일 얘기할 사항인가 해서 '최소한의 업무 방향과 지침을 줘야 하지 않는가'라고 하자 대화하던 소파에서 일어나 가버렸다"며 "1년 이상 충심으로 원장을 모셨지만 12월 3월 이후와 전과는 다른 분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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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에 대한 탄핵심판 5차 변론에 피청구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2025.2.4/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