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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의 과로 원인으로 지목되며 사회적 문제가 된 쿠팡CLS의 야간 3회전 배송과 '클렌징'(적정위탁노선조정) 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쿠팡 기사들은 타 택배사에 비해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인데 클렌징 제도가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을 호소해왔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CLS의 클렌징 제도는 배송기사가 배정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면 다음 배정 때 노선을 조정하는 제도다. 쿠팡 입장에선 기사가 충분하지 않은 노선을 조정해 기사들의 과로를 방지한다는 취지의 제도인데 택배기사들은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배송 구역 박탈'이라는 불이익을 당한다는 주장이다.
쿠팡CLS의 주간 배송은 '2회전'(배송구역과 물류센터를 두번 오가며 배송), 야간배송은 '3회전'(일부 지역 2회전 시범 운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물류센터에 상품이 들어오는 시간이 달라 2, 3회전으로 나눠 빠르게 배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쿠팡 특수고용자 '퀵플레서'의 76.8%는 야간에 담당 구역을 3번씩 왕복하는 3회전 업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48.6%는 배송하지 못하면 페널티가 있다고 응답했다.
택배기사들은 ▲다회전을 위해 물류센터까지 여러번 이동해야 한다는 점 ▲물류센터에서 다시 상차 ▲상차 후 같은 노선을 다시 돌며 배송 등 다회전 과정이 과로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배송 마감을 지키지 못하면 자신의 생계인 구역을 뺏길 수 있어 과로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지난해 5월엔 새벽 배송을 다녀온 고 정슬기 씨도 3회전을 하다가 과로로 숨졌다.
이들은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쿠팡의 빠른 배송 욕심으로 다회전도 해야 하니 뛸 수밖에 없다" "배송 마감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2, 3회전에 프레시백 회수, 신선마감시간 등도 지켜야 한다. 사진 보고 등을 포함한 업무 강도가 일반 택배사들에 비해 높다. 다회전 상하차 시간만 빼도 배송시간과 업무시간은 줄어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쿠팡CLS는 과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기존 10개의 클렌징 기준 중 6가지 항목을 삭제했다. 삭제된 항목은 ▲2회전 배송 미수행 ▲신선식품 수행률 ▲휴무일 배송률 ▲PDD(배송기한) 미스 비율 ▲전체 프레시백 회수율 ▲긴급 프레시백 회수율 등이다. 이에 따라 남은 4가지 항목은 ▲배송수행률 ▲고객불만 접수율 ▲상품 파손율 ▲반품 회수율이다.
이와 관련해 19일 오후 국회에서는 쿠팡 상생협약식이 예정돼 있다. 이날 협약식에서는 클렌징 제도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 경영진은 지난달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연 '쿠팡 택배 노동자 심야 노동 등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청문회'에서 노동자들의 과로 노동 실태, 야간노동 실태, 프레시백 회수, 분류작업 등 현안에 대한 지적을 받고 노동환경 개선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