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재 공장. /사진=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재 공장. /사진=포스코퓨처엠

최정우 전 회장 체제에서 그룹의 주력 사업회사로 자리 잡는 듯 했던 포스코퓨처엠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라는 장애물을 만나 휘청이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지휘봉을 잡은 장인화 회장도 포스코퓨처엠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부담이 커졌다. 장 회장과 포스코퓨처엠은 원가 경쟁력과 기술 우위 확보로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최 전 회장이 포스코퓨처엠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18년 2월 포스코켐텍(현 포스코퓨처엠) 대표에 선임되면서다. 그는 포스코켐텍 자사주 1500주를 장내 매수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재직 기간은 길지 않았으나 최고책임경영자(CEO)를 맡았던 만큼 회사에 대한 이해도와 애정이 깊었다고 한다. 같은 해 7월 최 전 회장이 포스코그룹 회장에 오른 뒤에도 이차전지소재 사업 육성을 강조하며 포스코켐텍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취임 100일을 맞이해 발표한 100대 과제에 포스코켐텍 투자 계획이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최 전 회장은 2019년 그룹 내 양극재와 음극재 사업을 통합한 뒤 이차전지소재 종합연구센터를 설립하고 관련 사업을 203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20%·매출 17조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했다. 2023년까지 이차전지소재 분야에만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도 밝혔다. 최 전 회장은 100대 과제 발표 후 첫 현장 행보로 포스코켐텍 음극재 공장 준공·착공식을 찾기도 했다.

포스코켐텍은 이듬해 2019년 포스코케미칼로 사명을 변경하고 포스코ESM을 흡수합병하며 양극재 사업으로 영역으로 확장했다. 포스코그룹의 대표적인 화학·탄소소재 계열사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최 전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그룹 차원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포스코홀딩스가 계열사 배당금으로 확보한 자금은 포스코퓨처엠 투자 지원에 활용됐다. 포스코→포스코홀딩스→신사업으로 현금흐름이 이어지는 구조다.


2021년 포스코케미칼은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포스코는 포스코케미칼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6881억원을 출자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포스코케미칼은 해당 자금을 양극재 공장 건설과 설비 투자에 활용했다.

2023년엔 최 전 회장 체제 속에서 포스코퓨처엠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경쟁력 있는 소재(Materials)를 통해 세상의 변화(Movement)를 이끌며 풍요로운 미래(Future)를 만들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Management)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전기차 캐즘이 본격화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전방 수요 부진으로 포스코퓨처엠의 수익성이 둔화하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로 현금이 유출되면서 재무구조는 악화됐다. 2022년 1659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3년 359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7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75.0%→142.6%→138.9%으로 늘었다.

포스코그룹 본연 사업인 철강부문이 위기를 맞으면서 장 회장은 그룹의 전략에 맞지 않는 자산 120개를 처분해 2026년까지 누적 현금 2조6000억원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포스코퓨처엠도 대상에 포함됐다. 포스코퓨처엠은 각종 비핵심 자산 매각, 투자 계획 순연, 사업 철회 등을 발표했다. 구미 양극재 공장 매각도 검토중이다.

한편 포스코퓨처엠 경영은 철강 마케팅 전문가로 꼽히는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사업부장이 지난해 12월 승진 임명돼 맡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전임 유병옥 대표를 실적 악화에 따른 책임을 물어 1년만에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