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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시 한국의 수출 피해액이 9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판매가격이 2000만원 이상 인상돼 가격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와 관련해 "25% 근처가 될 것"이라며 "관세는 1년에 걸쳐 인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추가 관세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가격 조정과 현지 생산 확대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관세 적용 전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상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가 적용될 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사실상 무관세로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던 국내 자동차 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는 대미 수출 1위 품목으로 지난해 수출액은 347억4400만 달러에 달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25%의 관세가 적용되면 자동차 수출액이 2024년 대비 63억5778만달러(약 9조17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170만 대 이상을 판매한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미국 전체 판매량의 57%가 국내에서 수출된 물량이었다. KB증권은 10%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4조3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하이브리드 모델은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관세 부과 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투싼 하이브리드는 3만3365달러(약 4800만원),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2만8790달러(약 4100만원) 수준인데 25%의 관세를 적용하면 1000만원가량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G80이 5만7100달러(8100만원), GV80이 5만8200달러(8300만원), G90이 8만9700달러(1억3000만원)에 판매되고 있어 2000만원 이상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뿐 아니라 지난해 생산 물량의 84%를 미국에 수출한 한국GM도 피해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한국 내 생산 물량이 줄어들 경우 한국GM의 사업 지속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가격 조정과 현지 생산 확대 등으로 관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올해부터 본격 가동되면 미국 내 100만대 이상 생산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현대차는 당초 전기차 전용으로 계획했던 HMGMA에서 하이브리드까지 생산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업들에게 미국에 투자할 시간을 주고 싶다"며 "그들이 미국으로 와서 공장을 두면 관세가 없다"고도 했다. 관세를 미국 내 투자 촉진을 위한 협상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