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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이 고려아연의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의 주식회사 인정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고려아연은 SMC가 주식회사라고 했으나 MBK·영풍은 SMC가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상호주 의결권 제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고려아연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오는 3월 첫째주 가처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21일 오전 10시10분 고려아연 임시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의 첫 심문을 열었다. 이날 쟁점은 호주 회사인 SMC의 상법상 성격이다.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주식회사에만 적용된다. SMC가 유한회사로 판단될 경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지난달 임시주총에서 제시한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 무효화된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22일 임시 주총 전날 영풍 지분 10.3%를 SMC로 넘겨 역외 순환 출자고리를 만들었다. MBK·영풍→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H)→SMC→영풍로 이어지는 식이다. 고려아연은 주식회사인 SMH 주식 100%를 소유하고, SMH는 SMC 호주 소재 주식회사 주식 100%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고 MBK·영풍의 이사회 장악 시도는 무산됐다. 이에 영풍은 지난달 고려아연 임시 주총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제기했다.
MBK·영풍 측은 SMC가 유한회사와 유사한 성격을 가져 상법 369조 제3항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회사와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MBK·영풍 측 대리인은 "(고려아연은) 1월22일 기습 공시를 했을 때도 SMC에 대해서 유한회사라고 표시했고, PTY LTD라고 정정한 뒤 현재까지 주식회사라고 공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외국회사이기 때문에 SMC는 상법 369조 3항이 적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PTY LTD로 분류된 SMC가 주식회사의 성격을 갖고있다고 맞섰다. 고려아연 측 대리인은 "PTY LTD는 우리 상법상 주식회사의 본질적 특징적 요소들을 다수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 상법 조문에서 가장 중요한 규율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주식을 발행했기 때문에 자회사에서 배제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관 변경 결의에 대한 가처분은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판단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의결권을 행사했더라도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권은 3% 룰 때문에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 것임이 명백하다"고 했다.
SMC의 영풍 주식 취득 이유에 대한 주장도 엇갈렸다. MBK·영풍은 최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회적으로 영풍 주식을 취득했다고 봤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이 단기 이익에 몰두해 성장 동력을 훼손하는 것을 우려해 자체적인 경영 판단으로 영풍 주식을 취득했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 측은 "채권자(MBK·영풍)는 SMC 이사의 대표권 남용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취득이 효력을 문제 삼고 있지만, 이것은 SMC라는 회사 자신의 이익에 완전히 부합하는 행위로서 대표권 남용으로 볼 여지는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오는 28일을 심문 종결일로 정하고, 오는 3월7일까지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임시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이 기각될 경우 지난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이 내세운 이사진들이 선임되는 등 고려아연 측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