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가격이 상승세에 있다./ 사진=로이터
구리가격이 상승세에 있다./ 사진=로이터

연일 관세 폭탄을 쏟아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구리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구리가격과 실적 상관관계가 높은 한국 전선업계에는 호재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구리 수입이 미국 경제 및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를 살피라며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조사 지시를 담은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외국산 수입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앞서 시행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도 해당 조항에 근거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270일 내로 조사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어 구리에도 25% 수준의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본다.

구리에 대한 관세 부과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오랜 기간 동안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산업 과잉 생산, 덤핑을 경제 무기로 사용해왔다"며 "이러한 수법으로 중국이 세계 구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와 더불어 최근 제조업 활동 회복세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구리 가격이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구리 가격은 이달 25일 기준 톤당 9490달러로 3개월 전 톤당 8829달러보다 7.4% 상승했다. 구리 선물가격도 25일 기준 전날대비 3.1% 오른 파운드당 4.64달러대에 거래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 시사로 관세 발동 이전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며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관측이다. 구리 가격이 톤당 1만달러를 재돌파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구리 가격은 원유 가격과 함께 경기상황을 예측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산업계의 기본 원자재이기 때문에 경기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면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경기 상황이 안 좋은 경우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서다. 구리에 '닥터코퍼'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통상 원자재 가격 상승은 제조업계의 비용 상승을 압박하는 불리한 요인이 된다. 반면 구리가격 상승은 전선업계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전선업계가 수주 시 구리 가격 상승에 따라 판매 가격을 연동하는 '에스컬레이터' 조항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원자재값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오히려 매출과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다. 기존에 보유한 구리 자산 평가액도 늘어난다. 최근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로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전선업계에는 추가 호재인 셈이다.

잇단 우호적인 환경 조성에 따라 LS전선, 대한전선 등 국내 대표 전선기업의 실적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LS전선은 지난해 연간 매출 6조7660억원, 영업이익 2747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고 대한전선도 매출 3조2820억원, 영업이익 1146억원을 거두며 18년 만에 역대급 성과를 냈다.

올해는 북미 지역 정력인프라 교체 수요 증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등의 영향으로 전선수요가 증가하며 또 다시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이란 관측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관세부과에 따른 원자재 선확보 현상이 두드러짐에 따라 당분간 구리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라며 "또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내 공장증설로 전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대규모 전력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 우호적인 업황이 지속될 것 "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