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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를 개발하는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건립계획 재변경안을 서울시에 제출하며 사업 재개의 물꼬가 트였다. 현대차그룹과 시는 공공기여 규모 등을 둘러싼 추가 협상에 돌입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현대차그룹으로부터 GBC 개발계획 변경제안서를 접수했다. 새 변경제안서에는 GBC를 지상 54층(242m 높이) 3개 동으로 건립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공사는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7만 9341.8㎡를 약 10조원에 매입해 본사 사옥과 복합 건물을 건축하는 GBC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2016년 협상을 통해 국내 최고층인 105층(561m) 타워로 계획됐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국내외에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잿값, 인건비가 급상승해 공사 수익 악화에 직면했다. 경영환경 변화를 고려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월 105층을 55층 2개 동으로 낮춰 짓겠다는 변경서를 제출했다.
이에 시는 105층 건립안을 기준으로 공공기여를 결정한 만큼 건축계획이 바뀌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GBC를 105층으로 짓고 서울시에 1조7491억원 규모의 공공기여금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차그룹은 다시 지난해 7월 개발계획 변경서를 철회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GBC의 공공기여금은 2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2016년 토지 가격을 기준으로 기부채납금액을 산정했는데 GBC 부지 표준 공시지가는 2017년 ㎡당 3350만원에서 지난해 7565만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설계변경으로 감축된 투자비, 일자리 창출과 첨단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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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54층 건물 3개 동 가운데 1개 동을 추가 건축하기로 결정하면서 공공기여금의 재조정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건물 일부를 기부채납해 공공기여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GBC 건립 계획안을 놓고 전문가, 민간 등으로 구성된 협상조정협의회를 구성해 추가 협상을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어려운 경제 전망 속에 행정 절차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해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미래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설계변경을 통해 감축된 투자비를 미래 모빌리티 기술과 친환경 신기술 도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GBC를 현대차그룹의 미래사업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GBC 프로젝트 착공 이후 2026년까지 약 4조6000억 원을 투자하고 92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계 전문가도 재협상에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공공기여금 문제와 도시 경쟁력, 미래 일자리 창출 등이 이뤄지는 만큼 54층 3개 동 계획에 대한 협상이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