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1월23일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다. / 사진=뉴시스 김근수 기자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1월23일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다. / 사진=뉴시스 김근수 기자

법원이 최근 고려아연 임시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일부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고려아연 자회사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주식회사인지 여부에 대해서만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지난 7일 MBK·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주주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에서 집중투표제를 제외한 안건들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는 일부 인용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열릴 예정인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새 이사진에 대한 투표가 이뤄질 전망이다.

법원은 이번 가처분에서 SMC가 주식회사인지 여부에 한해 판단한 뒤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상법 제369조 제3항은 관련 회사가 모두 상법 제4장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식회사'에 해당해야 적용될 수 있다"며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 SMC 및 호주 회사법상 Pty Ltd가 상법상 주식회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상법 제369조 제3항은 주주의 기본적 권리와 재산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규정으로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짚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는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고려아연이 제시하고 있는 SMC 및 Pty Ltd의 일부 특징들(유한책임, 이사의 존재, 상법상 주권과 유사한 증서의 발행 등)은 상법상 주식회사에도 존재하는 특징들이기는 하다"며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법상 주식회사와는 명시적으로 다른 특징들(지분양도의 원칙적인 제한, 주주의 수 제한, 상장 제한 등)이 존재하는 이상, 위 SMC 및 Pty Ltd가 상법상 주식회사에 명확히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MBK·영풍은 이를 근거로 "불법적인 상호주 구조 형성을 위해 강제된 SMC의 영풍 주식매매거래는 즉각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MC가 단행했던 영풍 주식 취득 전반이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SMC의 영풍 주식 취득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법원의 판단 대상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며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일각에선 만약 SMC가 주식회사로 인정받는다면 상호주 보유를 통한 의결권 제한이 적법하게 판단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법원의 가처분 판결 직후 영풍이 의결권 제한을 풀기 위해 현재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 25.42%를 현물 출자해 신설 유한회사 와이피씨를 설립한 것도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영풍의 현물출자 지분은 총 자산의 70.52%, 자기자본 대비 91.68%에 달해 주총 의결을 거쳐야 했으나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반면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은 영업이 아닌 투자 지분이기 때문에 특별 결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SMC는 모회사 고려아연이 적대적 M&A에 직면하면서 회사에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우려해 영풍 주식을 취득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SMC 스스로의 기업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