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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도 글로벌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 게임 체인제인저가 될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폭발 위험을 줄이고 주행거리를 늘려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다. 국내 기업들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14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시장규모는 본격적으로 시장이 개화하는 2030년 122GWh(기가와트시)에서 2035년 493GWh로 성장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전체 배터리 중 전고체 배터리 비중은 1.6%에서 6.1%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안정성, 효율성이 뛰어나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불연성인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배터리의 열 폭주 가능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높은 에너지 밀도로 전기차 주행 거리가 늘어나며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해 충전 속도가 빨라진 것도 특징이다.
한국 배터리 3사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2035년 상용화를 목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관련 기술 개발이 진전된 만큼 전고체 파일럿(시범) 라인을 연내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시카고대학교 연구팀과 전고체 배터리 충전속도를 10배 높이는 기술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를 통해 무음극 전고체전지 개발에 속도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해당 기술은 배터리의 무게를 줄이고 부피를 축소하면서도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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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는 2027년 하반기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설정했다. 2023년 말부터 고객사들에 샘플을 공급하는 등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이달 초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5'에서 전고체 배터리(ABS)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열 전파 차단(No Thermal Propagation, No TP) 기술과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밀도를 구현해 관람객들의 호평받았다.
SK온은 고분자-산화물 복합계와 황화물계 등 두 종류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각각 2027년, 2029년에는 상용화 시제품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SK온은 2021년 솔리드파워에 3000만 달러(약 436억원)를 투자, 전고체 배터리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해 솔리드파워와 기술 이전 협약을 체결하고 셀 설계와 파일럿 라인 공정 기술을 연구에 활용하기로 했다.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캐즘으로 실적이 꺾인 가운데 투자 규모는 지속해서 증가해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누적 연구개발비는 각각 1조882억원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4.2%다.
삼성SDI의 지난해 누적 연구개발비는 역대 최고치인 1조2975억원으로 전년 대비 14.2%가 늘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 역시 7.8%로 상승했다. SK온은 아직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투자 규모가 늘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전날 배터리 포럼에서 "앞으로 2~3년이 배터리 산업의 골든타임"이라며 "한국이 슈퍼사이클 국면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