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우원재씨(가명·28)는 서울 과밀화 해소 공약을 낸 대선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퇴근길에 오른 우씨. /사진=김동욱 기자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사회초년생 우원재씨(가명·28)는 오전 5시10분 하루를 시작한다. 최근 젊은 세대에 유행 중인 '미라클 모닝'을 위해서가 아니다. 서울로 출근하기 위해 편도 2시간, 왕복 4시간의 통근 시간을 감당해야 해서다. 근무 여건이 좋은 직장에서 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울로 통근한다는 우씨는 서울 과밀화를 해소할 수 있는 대선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루 16.7%를 대중교통서… "출근할수록 건강은 뚝"

지난달 말 오후 6시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우씨의 얼굴은 피곤으로 가득했다. 퇴근 후 여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보다는 '이제 수많은 인파를 뚫고 2시간 동안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이 강한 듯 보였다. 현 직장으로 출근한 지 4개월 됐다는 우씨는 "아직도 긴 거리를 출퇴근하는 게 적응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마케팅업계에 종사하는 우씨는 오전 8시까지 출근해야 한다. 그는 제때 출근하기 위해 오전 5시10분 기상한 뒤 오전 6시10분쯤 서울 사당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이후 서울 2호선 사당역에서 오전 7시30분쯤 지하철로 환승해 오전 8시에 출근을 마친다. 오후 5시에 정시 퇴근을 한다면 저녁 7시쯤, 야근한다면 저녁 8시쯤 집으로 돌아온다. 대중교통 배차 간격과 실제 이동 시간 등을 모두 고려하면 하루 24시간의 16.7%인 4시간을 출퇴근 시간에 할애하고 있다.


긴 출퇴근 시간은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수면 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씨의 경우 비교적 이른 시간인 밤 11시쯤 잠들어도 수면 시간은 6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취미 생활을 즐기거나 개인 약속이 있을 경우엔 하루에 4시간밖에 못 잘 때도 많다고 한다. 서울에서 자취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금전적 부담이 커 본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우씨 설명이다.

우씨는 "장거리 출퇴근을 시작한 뒤 얼굴에 계속 열이 오르거나 온종일 정신이 맹한 경우가 늘었다"며 "컨디션이 워낙 안 좋아지다 보니 점심을 거르고 점심시간에 쪽잠을 잘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이 나빠지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고 덧붙였다.

서울 출생이 스펙인 시대… "새 정부, 과밀화 해소 집중해야"

자신의 출퇴근 경로를 설명하는 우씨. /사진=김동욱 기자

우씨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취업 준비 기간 다양한 일자리를 살펴봤지만 마케팅업계 특성상 대부분 직장이 서울에 몰려 있었다고 우씨는 설명했다. 몇몇 일자리는 경기권에도 존재했으나 급여와 복지 등 근무 여건이 서울 직장보다 현저히 떨어졌다고 한다. 우씨는 "취업준비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서울 출생이 곧 스펙이다'라는 말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공개한 '미취업 청년 대상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활동 시 겪는 어려움으로 '양질의 일자리 부족'(30.0%)이 가장 높았고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6.7%)이 다섯 번째를 차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3월 한 포럼 환영사를 통해 "서울은 풍부한 일자리와 높은 소득을 유지하지만 그 이면에서 개인의 행복이 희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씨는 "업계 특성상 광고주 등 거래처와 미팅하거나 스튜디오 및 촬영장을 방문해야 할 일이 많은데 거래처와 스튜디오 및 촬영장 대부분이 이미 서울에 있다"며 "업무와 관련된 인프라가 서울에 몰려 있다 보니 직장 역시 서울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기 위해 서울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지역을 개발하고자 하는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던질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대통령실 세종 이전과 재택근무 활성화 공약 주목"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우씨. /사진=김동욱 기자

우씨는 대통령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 중 '대통령실 세종 이전'을 주목하고 있다. 해당 공약이 서울 과밀화 해소의 시작이 될 수 있어서다. 지역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도 '대통령실 세종 이전'의 장점이라고 우씨는 언급했다. 그는 주요 행정기관이 세종으로 이동한다면 일정 규모의 인구와 생활 인프라 역시 세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재택근무 활성화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도 눈여겨볼 것이라고 우씨는 강조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 일자리를 위해 서울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우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 시절 재택근무가 주류를 이루면서 직장인들의 출퇴근 부담이 줄었던 것으로 안다"며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가 늘어날수록 장거리 출퇴근 직장인들의 피로도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씨는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공약을 내세우더라도 논리적인 주장을 통해 해당 공약의 장점을 합리적으로 설명한다면 지지할 수 있다고 했다. 우씨는 "특정 정책을 추진할 때 구체적인 이유나 대통령의 사고 논리 등을 차근차근 얘기해야 국민이 납득·판단할 수 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 의대 증원 정책이나 12·3 비상계엄 등에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이 아쉬웠다"고 평가했다.